【서울=뉴시스】장윤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9일 희귀 난치병을 앓는 어린이를 만나 "의료진이 인증을 하면 전부다 건강보험 혜택을 받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을 찾아 '건강보험 보장 강화정책'을 발표하기 전 어린이 환자와 청소년 환자를 연이어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방문 병원은 지리적 위치와 행사 환경을 고려해 보건복지부 추천으로 선정됐다.
문 대통령은 희귀난치병을 앓는 유다인(5) 어린이와 모친 황정희씨를 만났다. 황씨는 "너무 희귀한 질병이라 희귀난치성 코드 등록이 안 되어 있어 사각지대다. 우리나라에 환자 10명 정도가 있는데 10살 이후를 넘기는 경우가 극히 없다더라"며 "생명 유지만 하고 있는 아이에게 수액이나 영양제를 떼면 그냥···(세상을 떠나는 것)"이라며 울먹였다.
황씨는 또 "희귀난치성 코드 등록이 안됐다는 이유로 아무런 혜택과 지원을 못 받고 있다. 주사 값이 너무 비싸다"면서 "등록이 되어 있으면 보험 지원이나 급여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우리는 아무런 지원이 안 된다"고 흐느꼈다.
문 대통령은 사정을 듣고 "등록된 질환만 (지원이)가능하고 등록이 안 된 병은 안 되고 있느냐"고 물은 뒤 "의료진이 치료 필요성 인증을 하면 그 것이 전부다 건강보험 혜택을 받게끔 그렇게 할 것이다. 환자 진료에 필요하다면 의료보험 진료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수능을 앞둔 청소년 환자 이경엽(18)군과 배권환(18)군을 만나 진로 상담을 하면서 쾌유를 기원했다. 문 대통령은 각각 작곡가와 검사를 희망하는 이들을 위해 김형석 작곡가와 검사 출신 여치경 변호사를 멘토로 소개하며 꿈을 이룰 때까지 진로 조언을 받게 했다.
문 대통령은 또래와 다른 삶을 사는 두 환자에게 "마음을 조급하게 할 필요가 없다. 젊을 때는 1년, 2년 늦는 게 굉장하다고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1~2년은 아무 것도 아니다"면서 "조금 늦어질지 몰라도 자기가 원하는 꿈을 위해서만 보고 가라. 잠시 늦어지는 것 뿐"이라고 격려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병원 1층 중앙홀에서 열린 '건강보험 보장 강화정책' 발표회에서 "아픈 것도 서러운데 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는 것은 피눈물이 나는 일"이라며 "아픈데도 돈이 없어서 치료를 제대로 못 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해 2022년까지 국민 모두가 의료비 걱정에서 자유로운 나라, 어떤 질병도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가겠다"면서 "치료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비급여 문제를 해결하겠다. 지금까지는 명백한 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면 모두 비급여로 분류해서 비용 전액을 환자가 부담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대학병원 특진 제도 폐지, 하위 30% 저소득층의 연간 본인부담 상한액을 100만원 이하로 인하, 15세 이하 어린이 입원진료비 본인부담률 현행 20%에서 5%로 낮추기, 중증치매환자의 본인부담률 10%로 인하, 어르신들 틀니 부담 완화, 의료비 지원제도의 모든 중증질환 확대 등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건강보험 정책 추진에 필요한 재원 마련 방안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말씀드린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앞으로 5년간 30조6000억 원이 필요하다"면서 "그동안 쌓인 건강보험 누적흑자 21조원 중 절반 가량을 활용하고, 나머지 부족 부분은 국가가 재정을 통해 감당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동시에 앞으로 10년 동안의 보험료 인상이 지난 10년간의 평균보다 높지 않도록 관리해 나갈 것"이라며 "국민의 세금과 보험료가 한 푼도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비효율적이고 낭비적인 지출은 철저히 관리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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