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특별법 시행…피해구제 촘촘해지지만 여전히 원성, 왜?

기사등록 2017/08/02 17:40:50 최종수정 2017/08/02 18:27:42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가습기살균제피해자가족모임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IFC2 정문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살인기업 처벌촉구 6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에 실망스럽다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17.07.31. bjko@newsis.com
피해인정 범위 둘러싸고 입장차 첨예…피해자 단체만 우후죽순 생겨
 1250억 구제계정 조성돼도 장기 운영계획 없어, 피해자 커지는 우려


【세종=뉴시스】이인준 기자 =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시행으로 오는 9일부터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인한 구제 체계가 보다 촘촘해지게 됐지만 피해인정 범위 확대와 구제계정운영위원회 운영 등에서는 여전히 이견이 많아시행 초기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2일 환경부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체계는 특별법 시행에 따라 피해구제위원회와 구제계정운용위원회로 이원화 된다.

 피해구제위원회를 통해 1~2단계(거의확실~가능성높음) 판정을 받을 경우 지금과 같이 피해자로 인정된다.

 피해자로 인정되면 건강보험 본인부담금과 호흡보조기 임대료, 선택지료비, 상급병실료 등 일부 비급여 항목이 포함된 의료비와 사망시 장례비, 특별유족조의금 등을 받는다. 정부가 먼저 지원하고 추후 가습기 살균제 생산업체 등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특별법 시행으로 그동안 사각지대였던, 탈락자들은 '구제계정운용위원회'와 연계돼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구제 받는 길이 열린다.

 3~4단계(가능성 낮음~가능성 거의 없음) 판정을 받은 사람과 유가족, 생산업체가 파산해 배상을 받을 길이 없게 된 피해자 등이 대상이다. 피해구제에 사용하는 재원은 가습기살균제 사업자 등이 조성한 특별구제계정 1250억원에서 충당하게 된다.

 여기까지 보면 피해구제 체계 자체는 기존보다 촘촘해졌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하다.

 우선 피해인정 범위가 협소하다는 점이다.

 환경부는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그동안 중증폐질환 위주의 1, 2단계만 제한적으로 건강피해를 인정해왔다.

 그러다 3, 4단계 판정자와 시민단체에서 피해인정 범위를 확대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하자 지난해부터 '폐이외질환 검토위원회'를 통해 폐이외 질환에 대한 인정을 검토했고 그 결과 지난 4월 임산부의 태아피해까지는 인정을 받게 됐다.

 앞으로 피해구제위원회는 간, 심장, 신장 등 폐이외 다른 장기에 대한 피해 인정 여부에 대해서도 검토에 나설 예정이지만 근거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단 현재 피해인정 여부 검토가 진행중인 천식과 폐렴 등과 같이 역학적 근거는 있으나 워낙 증상과 원인이 다양한 질환은 개별진단 기준 마련이 어렵다.

 더구나 피해자들이 앓고 있는 질환별로 이해관계도 첨예하게 갈려 판정기준이 마련될 때까지 수많은 갈등이 예고된 상태다. 환경부 관계자는 "피해자 내부에서도 경중에 따라 이해관계가 엇갈려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환경부에 따르면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까지 운영 중이던 피해자 단체는 4곳이었으나, 최근 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10여 곳이 피해자 단체로 추가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간 입장차는 점차 복잡한 양상을 향해 치닫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특별구제계정 운영에 대한 장기 운영계획이 없다는 점이다.

 특별구제계정은 가습기살균제 생산업체들이 낸 기금으로 1250억원이 조성되는 데, 현재까지는 재정이 고갈이 되더라도 추가 조성의 근거가 없다.

 환경부는 "재정 부족 사태에 이르면 법 개정을 통해 추가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으나,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구제계정운용위원회가 피해구제 여부를 결정하는 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게 하는 구조다.

 특별법 시행 초기에 수많은 시행착오가 불가피한 이유다.

 근본적으로는 정부의 책임이 특별법에 명시되지 않은 것에 대한 비난도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피해구제 체계는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생산업체에 구상권을 청구하거나 업체에서 조성한 기금을 사용하기 때문에 정부의 역할이 없다.

 이 때문에 정부가 제품이 판매될 수 있도록 허가한 것에 대한 '원죄'를 물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예산과 관계된 부분이기 때문에 스스로는 할 수 없다는 것이 환경부의 입장이다. 이 때문에 일부 피해자 단체에서는 대통령 지속이나 국무총리실 산하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를 전담하는 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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