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84년생 김미영이 '웻온웻(WET ON WET)'으로 유명 상업화랑에 진입했다.이름있는 화랑에 33세 젊은 작가가 단독으로 개인전에 초대받기는 쉬운일이 아니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작가의 '웻온웻' 기법이 한 몫했다. 처음 바른 도료가 마르기 전에 다음의 도료를 바른다는 뜻의 '웻온웻'은 자동차용어사전에 나온다.
말 그대로 김미영 작가의 그림은 물감이 마르기도 전에 나온 듯 촉촉하고 진득함이 시선을 끈다. 유화의 강렬한 색이 춤추는 듯한 붓터치로 사각의 캔버스를 가득 채웠다.
서울 송현동 이화익갤러리가 선보인 '김미영 개인전'은 '웻온웻' 단어가 주는 어감처럼 리듬감있는 물감맛을 제대로 느낄수 있다.
먼저 칠한 유화 물감이 마르기 전에 다시 물감을 덧칠하는 방식으로 작업한 신작, 20여점을 전시했다.
젖어 있는 기존의 물감은 새로 칠한 물감과 화면 위에서 자연스레 섞이면서 속도감을 더한다.
화면은 색들의 밀당이 한창이다. 밀어내거나 드러내고, 덮거나 긁어낸 제스쳐들이 강하게 느껴진다.
조아라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는 "기법적 특성상 물감이 완전히 마르기 전에 작품이 완성되어야 하기 때문에 직관적인 판단과 우연적인 효과들이 작품의 중요한 요소가 되는데, 작가가 영국에서 수학하기 이전 동양화를 전공했다는 점은 이러한 기법을 보다 능숙하게 변주할 수 있도록 만든 기반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라고 평했다.
"동양화에서의 빠르고 결단력 있는 붓질과 농담 조절, 색이 번져나가는 효과 등은 유화의 웻온웻 기법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여권이 신장된 시대에 성장한 '84년생 김미영' 작가는 평탄하게 미술공부를 했다. 이화여대 동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후, 영국 런던 왕립예술대학교에서 회화 전공으로 대학원을 마쳤다. 화가가 되기까지 이론과 실기를 완벽히 공부한 셈이다.
물감이 춤추는 듯한 '웻온웻' 기법은 2013년 유학 당시 기차 창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을 보다가 개발됐다. (철조망을 뒤덮은 장미정원 너머로 보이는 환상적인 풍경에 강하게 매료된 후) 창문 너머로 빠르게 지나가는 색의 기억을 그대로 그림에 옮겨 담기 위해 시작된 작가만의 작업 방식이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두 가지 다른 방식의 작품을 선보였다. 첫 번째는 원색의 물감을 기억속의 실제 풍경처럼 보이도록 구상적이면서 빠른 속도의 붓질을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추상성을 더하고자 파스텔톤의 물감을 느린 속도의 붓질로 작업하는 것이다.
이화익갤러리 김동현 큐레이터는 "작가의 이러한 시도는 시각 정보를 시각 매체로 옮기는 단순한 구조를 넘어 오감의 정보를 색을 통한 평면 회화로 전이시키려는 작품의 방향성"이라며 "비록 한 순간의 기억일지라도 영원히 움직이는 듯한 화면으로 만들어내고 있는 김미영의 '웻온웻'의 실험이 감상자들에게 독특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7월 2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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