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주 前차관 "靑 문화계 블랙리스트 업무, 비상식적"

기사등록 2017/06/20 13:14:16
특검팀, 정관주 구치소 지인 접견 녹취록 공개
"김기춘 아녔으면 다른 결과 나올 수도" 한숨
친정부적 단체 지원 '화이트리스트' 보고 인정

【서울=뉴시스】나운채 기자 = 정관주(53)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이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의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와 청와대의 문화계 지원배제 업무가 비상식적이었다는 취지의 증언을 내놓았다.

 정 전 차관은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 심리로 열린 김 전 실장과 조윤선(51) 전 문체부 장관 등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밝혔다.

 이날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정 전 차관이 구치소에서 지인과 접견했을 당시 대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정 전 차관은 이 지인에 대해 "김영삼 대통령 시절 이전부터 캠프 생활하면서 만난 선후배 사이"라고 설명했다.

 녹취록에서 정 전 차관은 지인에게 "내가 만든 게 하나도 없다. 난 그냥 자리에 앉아있었는데 그냥 돌아간다"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정 전 차관에게 "국민소통비서관으로 근무할 당시 지원배제 시스템이 이미 마련돼 그 시스템 안에서 증인의 역할만 할 수 있고, 다른 방법은 없었다는 취지의 말인가"라고 묻자, 정 전 차관은 "네"라고 힘없이 답했다.

 또 정 전 차관은 지인에게 "이병기 실장을 처음부터 모시고 있었으면 그렇게 세팅됐겠는가. '상식이 아니다'라고 누군가 말했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특검팀이 의미를 묻자 정 전 차관은 "어떤 사람을 특정해서 얘기한 게 아니고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거나, 의사결정권자로부터 지시를 받은 사람들이 그 지시를 받았을 때 대안을 제시하고 고민해서 검토하는 등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얘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특검팀은 정 전 차관에게 "김기춘 전 실장이 아니었으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게 맞느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정 전 차관은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네"라고 답했다.

 특검팀은 재차 정 전 차관에게 "당시의 지원배제 업무를 비상식적 업무라고 판단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정 전 차관은 다시 한숨을 내쉬면서 "그렇다"라고 답한 뒤 "많은 업무에 지쳐 심각성을 놓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정 전 차관은 지난 2016년 10월 문체부 국정감사나 국회 국정조사 등에서 거짓으로 증언한 점에 관해 설명하기도 했다. 당시 정 전 차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하거나 본 적이 없단 취지로 증언했다.

 정 전 차관은 "기관 증인으로 출석해서 그 부분 파장이 굉장히 안 좋을 것으로 예상해 사실대로 답변하기가 어려웠다"라며 "답변 자료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을 부인하는 것으로 정리가 돼 있었고, 특별한 이견이 없어 답변 기조가 정해졌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 전 차관은 이날 '화이트리스트'에 관여했음을 인정했다. 화이트리스트란 친정부적 성향의 단체에 지원을 주는 것으로 블랙리스트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특검팀은 정 전 차관에게 "증인은 지난 2015년 초 2014년도 전경련의 보수단체 지원 결과를 조 전 장관에게 보고한 뒤 그 자리에서 '전경련에 지원 금액을 늘려달라고 요청하겠다'는 취지의 보고도 함께 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정 전 차관은 "네"라고 답변했다.

 nau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