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민 사인 '물대포' 가능성 열렸다

기사등록 2017/06/15 17:50:48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김연수 서울대학교병원 진료부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열린 ‘고 백남기 농민 사망 관련 긴급기자회견’에서 사망진단서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하던 중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이날 서울대병원은 기존 입장을 번복해 백씨의 사망진단서에 기재된 사망의 종류를 '외인사'로 수정하는 한편 외인사의 직접적인 원인도 경찰의 '물대포'라고 결론을 냈다.  2017.06.15.suncho21@newsis.com
물대포 맞아 사망했나 묻자 "다른 원인이 있나" 반문
병원 관계자 "백남기씨, 외상에 의한 충격으로 사망한 것 맞다"
경찰이 쏜 물대포 '공권력 남용' 논란 이어질 듯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경찰의 물대포가 백남기 농민이 사망에 이르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라는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서울대병원이 백씨의 사망진단서를 '병사'에서 '외인사'로 수정했기 때문이다.

  15일 서울대학교병원에 따르면 병원 측은 지난 7일 의료윤리위원회에서 백씨의 사망진단서에 대한 수정권고 방침을 정하고 전날 백씨의 사망진단서를 수정했다.

  병원 관계자는 "직접 사인은 마지막 사망 원인인 급성신부전으로 생각한다"며 "선행사인으로는 균에 의한 감염이고 기본 원인은 외상에 의한 경막하 출혈 이후 수술 및 여러 치료 과정에서 발생한 사망"이라고 설명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사망의 종류가 바뀐 것이다. 기존의 '병사(病死)' 대신 '외인사(外因死)'로 수정된 것은 사망의 1차적 책임이 백씨 본인이 아닌 외부에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반적으로 병사란 질병 감염으로 인한 사망을 의미한다. 외부 충격에 의한 사망을 의미하는 외인사와는 엄연히 차이가 크다.

  병원 측은 기존에는 심폐정지(직접 사인)에 의한 병사로 백씨의 사망원인을 결론 냈다. 급성경막하출혈에 의한 급성신부전이 심폐정지에 영향을 끼친 것이라는 게 의료진은 판단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심장과 폐가 멈추면 사망한다는 점에서 심폐정지 등을 사망 원인으로 기록하지 못하도록 한 대한의사협회의 지침과 달리 직접 사인이 심폐정지로 기재된 것을 놓고 의문이 제기됐다.

  논란이 일자 병원 측은 지난 6개월 간 내부 논의 끝에 사인을 패혈증으로 인한 급성신부전으로 수정했다. 이에 따라 사망의 종류는 외인사로 바꼈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검찰이 고 백남기 농민에 대한 부검영장을 신청한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백남기 농민 빈소에 그의 영정이 놓여져 있다. 고 백남기 농민은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에 참석했다가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317일간 혼수상태에 빠져서 치료를 받다가 전날 별세했다. 2016.09.26. suncho21@newsis.com
  패혈증의 선행사인으로는 외상성경막하출혈이라고 진단했다. 외상성경막하출혈이란 외부 충격으로 인해 뇌를 둘러싸고 있는 경막 안쪽 뇌혈관이 터지면서 대량의 출혈이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외상에 의한 뇌출혈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대부분 머리에 대한 직접적인 충격으로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외부충격을 의미하는 외상의 1차적인 원인은 경찰이 쏜 '물대포'로 추정이 가능하다. 물대포에 맞고 몸의 중심을 잃은 백씨가 쓰러지면서 아스파트 도로 위에 머리를 부딪혀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서울대병원의 한 관계자도 "경찰의 물대포가 사망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병원 측은 이날 공식적인 기자회견에서 물대포라는 용어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시민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차려진 고 백남기 농민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기 위해 국화꽃을 건네받고 있다. 2016.09.26. photo@newsis.com
김연수 서울대병원 진료원장은 외인사의 직접 원인을 물대포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다른 원인이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병원에서 그렇다 아니다 하는 것은 비약이다. 병원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은 외상성 경막하 출혈로 결국 사망했고 외인사라는 것까지다"라고 말했다.

 김승기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과장은 기자회견을 마친 직후 뉴시스 기자에게 "외상성경막하출혈은 당시 외부의 충격을 받은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면서도 경찰의 물대포가 외상 원인으로 볼 수 있으냐는 질문에 대해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김 과장은 "의료진 입장에서 환자가 병원에 실려오면 어떻게 치료하고 회복시킬 수 있을까에 관심을 둘 뿐 외상의 원인에는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서 "보통 법의학쪽에서는 외상 원인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겠지만 일반 의사들은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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