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현미 기자 = 한반도로 오기로 했던 미국 핵 항공모함 칼 빈슨호가 정반대 방향인 인도양에서 항행하게 된 이유는 백악관과 미 국방부간의 잘못된 의사소통 때문이며, 결국 다음 주에 한반도 해역에 도착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미 국방부 관리는 현재 인도양에 있는 칼 빈슨호가 다음 주에 한반도 해역에 도착해 당초 예정됐던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칼 빈슨호가 한반도를 향해 오고 있다고 주장했던 백악관은 국방부 관리들의 발언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면서 “모든 것은 (한반도로 향하는) 일련의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NYT는 지난 9일부터 칼 빈슨호와 관련해 백악관과 국방부 간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NYT와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 태평양 사령부는 해리 해리스 사령관이 칼 빈슨호가 싱가포르에서 서태평양을 향해 북쪽으로 항해하도록 명령을 내렸다고 9일 발표했다. 당시 태평양 사령부는 칼 빈슨호의 항해가 “이 지역 최고의 위협”과 연관돼 있다면서 북한을 거론했다.
허버트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기한 위협을 “제거할 수 있는 완전한 선택지들”을 위해 마련된 “신중한(prudent)” 조치라고 밝혔다.
그러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11일 기자회견에서 칼 빈슨호의 서태평양 배치와 관련, “현 시점에서 가장 신중한(prudent)” 조치이긴 하지만 구체적인 것에 근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일상적인 해상작전의 일부로, 북한 정권을 겨냥한 무력 행사 목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12일에는 러시아를 방문중이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기자회견에서 칼 빈슨호의 한반도 근해 이동을 “통상적인(routine) 것”이라고 말하면서 “현재 태평양 상에서 이동하고 있는 칼 빈슨호 전단은 특정한 목표가 없다. 칼 빈슨호의 현 위치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날짜별 발언들을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칼 빈슨호와 관련 발언의 수위가 점점 낮아졌고, 백악관과 국방부,국무부가 칼 빈슨호의 항로를 놓고 혼선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게 분명해지고 있다.
백악관은 이에 대해 국방부의 발표에 의존했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백악관이나 국방부가 잘못을 즉각 시정하지 않았고 고위 당국자들의 발언 수위를 낮추는 선에서 상황을 마무리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국방부 일부 관리들조차도 잘못된 것을 바로잡지 않은 데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강경하게 얘기를 했기 때문에 그것을 되돌리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을 선제공격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한반도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특히 미군이 이미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공격에 보복 폭격을 강행한 뒤여서 그 같은 우려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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