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개헌 이후 서방과의 관계는?…유럽과 멀어지나

기사등록 2017/04/17 15:46:58
【앙카라(터키) = AP/뉴시스】 = 터키의 앙카라 시내에서 에르도안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통령제 국민투표에서의 승리를 자축하며 행진을 벌이고 있다.  94년만에 대통령 중심제로 전환한 이번 선거 결과는 찬성 51%대 반대 49%의 박빙의 표차로 나타났지만,  선관위가 직인없는 무효표까지 찬성표로 계산했다며 야당은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터키에서 제왕적 대통령제가 부활하면서 앞으로 터키와 미국과의 협력은 확대되고 유럽과의 관계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터키 개헌 국민투표 결과로 터키와 미국의 실용적 협력에 용의한 환경이 조성되겠지만 유럽과의 의견 충돌은 심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통령 중심 부활 여부를 묻는 터키 개헌 국민투표는 찬성 51.3%, 반대 48.7%로 가결됐다. 이로써 터키는 1923년 의원내각제 공화국 설립 이후 94년만에 대통령제로 전환한다.

 미국과 유럽 모두 터키의 투표 결과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양측 모두 최종 투표 현황 및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모니터링 결과가 나올 때까지 말을 아끼겠다는 분위기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수석 고문인 레하 데네베크는 국민투표 전부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터키 외교정책의 갑작스러운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와 미국과의 관계엔 분명 아무 변화도 없을 것"이라며 "터키의 역내 권력, 동맹들에 대한 입장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터키는 유럽연합(EU)엔 가입하지 않았지만 나토 회원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입장에선 터키의 국민 투표 결과가 반가운 소식일 수 있다. 시리아와 인접한 터키에서 중앙정부 권력이 강화되면 역내 이슬람 테러 단체 격퇴 작전이 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퇴치를 위해 시리아의 쿠르드 무장반군을 지원 중이다. 터키는 미국의 IS 박멸 작전을 지원하면서도 쿠르드 반군은 테러세력이라고 비난하며 미국과 이견을 빚었다.

 대통령제 아래에선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쿠르드 반군 문제에 대해 좀 더 유연한 태도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이스탄불=AP/뉴시스】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이스탄불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2017.4.17.
 터키와 유럽과의 관계는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에르도안은 국민투표 승리 직후 사형제 재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형제는 터키에서 인권 침해, 야권 탄압을 조장할 거란 우려가 높다.

 EU는 터키가 사형제를 부활시키면 가입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해 왔다. 터키는 1963년부터 EU 가입을 추진했지만 인권 문제 등의 자격 미달로 가입이 유보됐다.

 터키와 유럽의 관계는 국민투표 전부터 파열음을 내고 있다. 터키 정부는 유럽에서 자국민 대상 개헌 찬성 집회를 진행하려고 했지만 유럽국들은 이를 불허했다.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국들은 사회불안 고조를 집회 불허 이유로 들었지만, 사실상 이번 국민투표를 에르도안 대통령의 독재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봤다.

 에르도안은 이에 유럽에 나치와 파시즘(전체주의)가 다시 등장했다고 맹비난했다. 또 기독교를 믿는 유럽이 이슬람 국가인 터키를 EU에 가입시키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일삼는다고 규탄했다.

 네덜란드의 유럽의회(EP) 의원인 카디 피리는 "이번 국민투표는 터키의 EU 가입 국민투표나 마찬가지였다"며 "그런 헌법을 도입할 나라는 절대로 EU에 가입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z@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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