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은 시리아 화학무기 사태 응징을 위한 미국의 시리아군 폭격 이후 러시아에 아사드 지원 중단을 압박하고 나섰다. 러시아는 이에 맞서 이란 등 친 아사드 세력을 규합하고 있다.
◇ 미·유럽 "러시아가 앞장서 아사드 막으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9일(현지시간) ABC뉴스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아사드와의 동맹 지속을 신중히 검토하길 바란다"며 "끔찍한 공격이 일어날 때마다 러시아에 일부 책임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11일 방러를 앞두고 이 같은 발언을 내 놨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러시아에 아사드 정권과의 거리 두기를 압박하려 함을 시사한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지적했다.
미국은 지난 주 시리아 북부에서 발생한 화학무기 공격에 러시아가 직접 연관된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사드를 지원하는 러시아가 관련 움직임을 사전에 알지 못했을리 없다고 의심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당초 아사드 대통령 축출 만을 우선순위로 집중하지 않기로 대시리아 정책의 가닥을 잡았으나, 화학무기 사태를 계기로 아사드 정권의 '정당성'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유럽 등 다른 서방국들도 미국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시리아 내전은 10~11일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의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알파노 장관은 유엔 중재 시리아 평화 협정이 이번 사태로 탄력을 받길 고대한다며 "우리는 아사드가 가능한 빨리 권력 이양에 나서도록 러시아가 모든 영향력을 행사해 주길 요구한다"고 말했다.
유럽 외교가 일각에선 미국의 화학무기 사용 보복 공습으로 미러 갈등이 재점화하긴 했지만 이번 일이 6년째 지속되고 있는 시리아 내전의 '게임 체인저'(판도를 바꾸는 사건)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럽국 고위 외교관은 시리아 화학무기 사태로 인해 러시아는 허를 찔렸다며, 러시아가 아사드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도록 설득하는 일에 서방이 목표를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 러·이란 등 친아사드파 "침략에 힘으로 맞대응"
러시아는 서방의 압박에 맞서 이란 등 아사드 정권을 지지하는 국가들과 힘을 결집하고 있다. 러시아와 이란, 친 아사드 성향의 역내 반군들은 9일 공동 성명을 통해 미 공습을 강력히 규탄했다.
이들은 "미국의 시리아 공격은 레드 라인(금지선)을 넘었다"며 "지금부터는 우리도 어떤 침략자가 어떤 위배 행위를 하든 힘으로써 대응하겠다. 미국은 우리의 대응 역량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9일 전화통화에서 미국의 시리아 폭격은 '독립국가의 주권 침해'라며 해당 사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회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두 정상은 지난주 시리아 북부 화학무기 참사에 대한 객관적 조사가 실시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러시아는 서방과 달리 사태의 책임을 시리아 반군에 돌리고 있다. 반군이 화학무기를 생산해 사용해 왔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선 서방 제재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러시아가 서방과의 전면 충돌은 자제할 거란 분석도 나온다. 아사드 정권 수호보다 제재 완화를 추구하는 쪽이 러시아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지적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을 규탄하며 에너지, 금융, 국방 등에 제재를 부과했다. 러시아는 이후 경제 원동력인 에너지 수출이 급감해 경기 침체를 겪고 있다.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마이클 맥폴은 러시아 역시 돌파구 마련을 위한 희망을 놓지 않고 있을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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