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장시간 조사, 조서열람만 6시간 걸려
검찰, 향후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 검토 방침
박 측 "검찰 조사로 진실드러나는 계기될 것"
【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약 21시간30분에 걸쳐 검찰 조사를 마치고 서울중앙지검에서 나왔다. 지금까지 검찰 조사를 받은 전직 대통령 중 가장 오랜 시간 조사와 조서열람을 진행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곧 바로 서울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갔다.
22일 오전 6시55분께 서울중앙지검 중앙현관에 다시 모습을 보인 박 전 대통령은 곧바로 차량에 탑승했다. 박 전 대통령은 '아직도 혐의를 모두 부인하느냐'는 등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전날 9시24분께 피의자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은 '포토라인'에 서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라고 말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지난 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서 파면된 뒤 처음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특수1부 검사실인 1001호실에서 조사를 받았다. 조사에 앞서 전직 대통령 예우상 진행된 티타임에는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가 나섰다. 박 전 대통령과 노 차장은 조사실 옆 1002호에 마련된 휴게실에서 만나 10분가량 티타임을 가졌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11시간 동안 형사8부 한웅재 부장의 조사를 받았다. 한 부장은 '대통령님', '대통령께서'라고 호칭했고, 박 전 대통령은 '검사님'으로 불렀다. 한웅재 부장은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에 대한 조사를 집중적으로 진행했다.
검찰은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이 박 전 대통령 조사의 주요 쟁점인 점을 감안해 한 부장을 먼저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을 최대한 자세히 조사할 수 있도록 조사 순서를 배정했다는 이야기다.
한 부장의 조사가 끝난 뒤인 오후 8시40분께 이원석 특수1부장이 투입됐다. 바통을 넘겨받은 이원석 부장은 '최순실-박 전 대통령-삼성'으로 이어지는 뇌물죄의 연결 고리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장은 정호성 전 청와대부속비서관 관련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 등도 살펴봤다.
조사에 앞서 영상녹화를 할지 여부를 박 전 대통령 측에게 물었고, 이에 박 전 대통령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우리는 답변과 진술을 듣는게 중요한데 절차적 문제로 실랑이를 하면 실제 조사가 어려운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조사가 종료된 뒤 박 전 대통령은 6시간 이상 본인이 '피의자'로 적시된 조서에 대한 검토를 진행했다. 박 전 대통령측은 몇번씩 꼼꼼하게 조서를 읽어보며 수정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은 검찰에 출석한지 21시간30분만에 귀가길에 올라, 역대 최장시간 조사를 받은 전직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조서 검토 시간을 포함해 노태우 전 대통령은 16시간20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13시간 동안 검찰 조사를 받았다.
박 전 대통령 조사에 입회했던 유영하 변호사는 "조서 내용에 검토할 게 많아서 오래 걸렸다"며 "꼼꼼하게 보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고 설명했다.
또 앞서 손범규 변호사는 조사가 종료된 뒤 "검찰은 특검과 달랐다. 정치적이지 않고 객관적 중립적으로 사실을 파헤치려고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 조사는 진실이 드러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호평했다.
향후 검찰은 박 전 대통령 조사내용을 토대로 사전구속영장 청구, 뇌물죄 적용여부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직권남용, 뇌물수수 등 13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날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그간 제기되어온 '최순실게이트' 의혹 전반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다.
특히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뇌물죄 관련 의혹을 집중 조사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걷은 행위를 놓고 검찰은 직권남용·강요혐의를 적용했다.
반면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은 뇌물죄를 적용한 뒤 수사를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 조사를 통해 직권남용과 뇌물죄 중 어떤 혐의를 적용할지 결론을 내리겠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pyo000@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