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부사장 "朴, 황창규 회장에게 최순실 사업제안서 직접 줘"

기사등록 2017/03/21 17:54:03
박근혜, 황창규 KT 회장 개별면담 때 봉투 주며 검토 요청
더블루케이 용역제안서, 영재센터 스키단 창단 제안서 등
부사장 "전혀 없던 계획이고 불필요…무겁게 받아들여"
"제안서 검토했더니 포맷 조잡하고 내용 앞뒤 안 맞아"

【서울=뉴시스】강진아 나운채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황창규 KT 회장을 독대할 당시 최순실(61)씨 소유로 알려진 회사와 법인이 작성한 문건들을 직접 건네줬다는 증언이 나왔다.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씨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22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김인회(53) KT 부사장은 황 회장으로부터 해당 문건을 건네받았다고 진술했다. 김 부사장은 현재 황 회장의 비서실장을 맡고 있다.

 황 회장은 지난해 2월 박 전 대통령과 약 30분간 개별면담을 진행했다. 황 회장은 "대통령이 직접 봉투를 건네주면서 검토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나중에 보니 더블루케이 용역제안서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가 작성한 스키단 창단 제안서가 들어있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검찰은 "대통령이 직접 용역제안서나 스키단 창단 계획서를 전달해 당황스러웠을 것 같다"고 물었다. 김 부사장은 "저희는 계획이 전혀 없었고 장기적으로도 필요 없었다"며 "실무 처리 입장에서는 무겁게 받아들여졌다"고 답했다.

 김 부사장은 용역제안서가 허술하고 전문성이 없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는 "더블루케이 용역제안서를 검토했는데 포맷이 조잡했다"며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 융합을 통한 스포츠클럽 저변 확대'라고 돼 있는데 실제 연구 계획을 보면 단순히 스포츠클럽을 확대하는 게 좋을지 연구용역을 하겠다는 내용이었고 앞뒤가 안맞았다"고 말했다.

 당시 부하직원이 더블루케이 조성민 전 대표와 K스포츠재단 박헌영 과장을 만났지만, 연구용역 수행 능력이 없어 보인다는 보고를 받았다.

 김 부사장은 "일단 대통령이 직접 회장에게 검토를 요청한 사안이기 때문에 재차 검토를 지시했다"며 "한번 만남을 통해 결정하는 건 이르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대통령 요청이어도 필요 없다면 거절하면 되지 않냐"고 묻자, 그는 "대통령이 직접 제안서를 부탁했으니 설사 내용이 부실하다 해도 시간을 두고 검토하는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이후 황 회장에게 '용역대금이 지나치게 높고 직원 역량이 떨어져 용역을 진행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다만 대통령 직접 요청사안이니 시간을 끌다가 정중히 거절하는 게 낫겠다'고 보고했다. 황 회장은 문건을 받은지 5개월 후 안 전 수석에게 협상 중단 양해를 구했다.

 영재센터에서 제안한 스키단도 연간 20억원의 과다한 용역비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김 부사장은 "스키단 규모가 이례적이고 과다한 것으로 보였냐"는 검찰 질문에 "그리 평가했다"고 동의했다.

 또 "안 전 수석이 황 회장에게 연락해 KT 스키단 단장이 정해졌으니 회장님께서 잘 챙겨봐달라고 했다는 말을 전해들었다"며 "스키단 창단을 할지말지 말한적 없는데 외부에서 아는 것도 의아했다. 제 입장에선 상당히 부담스러웠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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