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두 마디 말한 뒤 검찰청사로 들어가
【서울=뉴시스】나운채 기자 =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출석한 뒤 조사에 앞서 남긴 말은 단 두마디 뿐이었다.
지난 10일 파면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나서는 만큼 대국민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관측됐지만 일반적 예상은 빗나갔다.
검찰 청사 정문 앞은 오전 8시부터 혼란스러웠다. 취재진 및 검찰 직원, 박 전 대통령 경호원 등 약 200명이 뒤섞여 박 전 대통령이 도착하길 기다렸다.
전직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오는 만큼 검찰 직원들도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직원들은 현장을 돌아다니며 기자들 취재 비표를 일일이 확인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오전 9시15분께 삼성동 자택에서 나왔다는 소식이 들리자 검찰청사 정문 앞은 사뭇 긴장감이 흘렀다.
차에서 내린 박 전 대통령은 곧바로 옅은 미소를 지은 뒤 검찰 직원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어 경호원의 호위를 받으면서 천천히 청사 정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를 지켜보던 취재진과 검찰직원들이 숨을 죽였다.
박 전 대통령이 청사 정문에 서자 카메라 플래시가 연신 터졌다. 이를 의식한듯 박 전 대통령은 잠시 포토라인에 멈춰 섰고, 곧바로 취재진이 첫 질문을 건넸다.
"검찰 수사가 불공정했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묻자, 박 전 대통령은 질문을 건넨 기자와 땅을 번갈아 본 뒤 입을 열었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
앞서 박 전 대통령 변호를 맡은 손범규 변호사는 전날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검찰 출두에 즈음해 박 전 대통령이 입장을 밝힐 것이다. 준비한 메시지가 있다"고 알린 바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준비한 메시지는 결국 별 내용 없는 두 마디였다.
박 전 대통령은 청사에 들어선 뒤 검찰 직원 및 경호원의 호위 속에서 곧바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이어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와 10분가량 티타임을 가진 뒤 본격 조사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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