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용 컴퓨터(PC) 산업이 쪼그라들며 부심해온 인텔은 모빌아이의 이러한 똑똑한 ‘눈’에 자사의 고성능‘두뇌(CPU)'를 결합시켜 비교우위를 창출, 떠오르는 자율주행차 시스템 시장을 선점해 나간다는 포석이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인텔은 이날 이스라엘의 모빌아이를 주당 63.54달러, 153억 달러 (17조 5720억5000만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모빌아이의 지난 10일 종가에 34% 프리미엄을 더 쳐준 것으로, 이 반도체 회사 48년 역사에서 두 번째로 큰 인수 규모다. 인텔은 지난 2015년 프로그래머블 반도체 업체인 알테라를 167억 달러(약 19조1782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모빌아이는 자율주행차의 눈에 해당하는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이스라엘 기술기업이다. 이 회사 기술은 자율주행차가 주변 사물을 식별하고 거리를 측정해 운전 경로를 스스로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달리는 승용차 주변 지형을 디지털 지도 형태로 만들어내는 맵핑 기술은 물론, 카메라와 라이다, 센서, 음파탐지기술 등을 포괄한다. 이 회사의 기술은 현재 300개의 승용차 모델에 장착돼 있다고 WSJ은 전했다. 이 회사는 지난 1999년 문을 열었으며,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본사가 위치해 있다.
인텔이 이 이스라엘 기업에 통 큰 투자를 결정한 것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컴퓨터의 두뇌에 해당되는 프로세서(CPU)를 제작하는 이 반도체 회사는 개인용 컴퓨터(PC) 산업이 쪼그라들자 부심해왔다. 이에 따라 가상현실(VR), 스마트워치, 드론 등에 최적화된 프로세서 공급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박차를 가해왔다.
양사 제품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판단도 이번 인수에 한 몫한 것으로 분석됐다. 인공지능 기술인 머신러닝 방식의 모빌아이 카메라가 인텔의 고성능 프로세서와 결합하면 비교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인텔은 자율주행차 관련 시장이 오는 2030년께 700억 달러(약 80조 3810억 원 )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텔이 노리는 자율주행차 시스템 시장에서는 엔비디아, 퀄컴 등이 경쟁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퀄컴은 작년 10월 470억 달러에 NXP를 인수했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의 자회사 웨이모(Waymo)도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시스템’과 '센서‘ 등 소프트웨어·하드웨어 패키지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인텔 최고경영자(CEO)인 브라이언 크르자니크는 WSJ과 인터뷰에서 ““이것(자율주행차 시장)은 가장 중요한 시장이며,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자율주행차는 바퀴 달린 서버로 볼 수 있다”며 “자율주행차는 매일 4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쏟아내게 될 것”이라고 양사간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했다.
한편, 모빌아이의 주가는 인텔의 인수소식이 전해지며 28%상승한 60.62달러에 마감됐다. 인텔은 2.1%떨어진 35.16달러에 마감됐다.
yunghp@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