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소추안 선고가 진행된 이날 오전 11시 광주 동구 한 고교는 정규수업을 중단하고 TV를 틀었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권력을 등에 업고 대학 입학 등에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사실에 분통을 터뜨리며 촛불을 들었던 고교생들은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 되지 않기를 기원하며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이어 재판관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각자의 자리에 앉는 모습이 비춰질 때는 소리조차 내지 않고 시선을 화면에 고정했다.
또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결정문을 낭독하자 한글자도 놓치지 않기 위해 귀를 기울였다.
낭독 초반 재판관이 "언론 농단, 세월호 참사 당시 생명권 보호와 성실의무를 위반에 대해서는 탄핵심판의 대상이 안된다"고 말할 때는 고개를 푹 숙이며 탄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곧바로 최순실이라는 이름이 TV를 통해 나오자 다시 고개를 들고 재판관의 말에 집중했다.
그리고 오전 11시25분께 TV 자막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이라는 자막이 뜨자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교사는 이에 대해 "만장일치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 1명이라도 위헌 결정을 했으면 나라가 분열 됐을 텐데 재판관 모두가 인용 결정을 했기 때문에 이제 부터는 본연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때이다"고 학생들에게 당부했다.
이어 "내일 열리는 촛불집회는 국민의 힘이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축제 형식의 촛불집회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 학생은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말을 타고 이화여대에 입학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공부해서 뭐하나 하는 자괴감이 들어 촛불을 들었는데 그 힘이 성과로 나타나 기쁘다"고 말했다.
또 "이제 남은 것은 박 전 대통령도 검찰 수사를 받고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는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 뽑히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광주시교육청은 일선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대통령 탄핵소추안 TV 시청을 요구하자 학교장과 교사의 판단에 따라 허용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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