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처 전 영국 총리의 자국 이기주의 재부상"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퇴임 전 자신의 마지막 임무는 극우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대표의 당선을 막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공개된 르몽드, 가디언 등 유럽 매체 5곳과의 합동 인터뷰에서 르펜 대표가 유럽연합(EU)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위협이 실재한다"고 말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지난 30년간 극우가 이토록 기승을 부린 적이 없었다. 하지만 프랑스는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프랑스인들은 이번 대선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프랑스인들은 이번 대선이 이 나라의 운명 뿐만 아니라 유럽이라는 건설물의 미래 자체를 결정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세력에 대해 "EU 탈퇴, 다른 세계로부터의 고립이라는 목표를 공유한다"며 "이들은 장벽에 둘러싸인 미래, 감시탑이 방어하는 국경을 상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의 최후의 임무는 프랑스가 이 같은 프로젝트에 설득당해 그토록 막중한 책임을 떠 맡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유럽국들 사이 '국가 이기주의'(national egotisim)가 재부상하고 있다며, 각국이 공통된 포부를 추구하지 않고 각자의 즉각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려 한다고 우려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영국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영국은 EU 회원국으로서 그동안 누린 혜택을 유지할 수 없다며 "불가능하다. 영국은 EU 외부자가 될 것"이라고 일축했다.그는 "영국은 EU를 떠나고 미국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지금 미국은 세계로부터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영국은 나쁜 순간에 나쁜 결정을 내렸다.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EU 회원국들 사이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주장하던 자국 중심적 정책이 속출하고 있다며, 각국이 자기 이익만 따지고 든다면 '공동의 정신'은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 상황이 대처 전 총리가 "내 돈 돌려 달라"고 말하던 때를 상기시킨다는 것이다. 대처는 1979년 유럽경제공동체(EEC) 회의에서 영국의 기여금 환급을 요구하며 이같은 발언을 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유럽에서) '돌려받는 것보다 많이 지불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정책들이 나오고 있다"며 "영국은 떠났지만 이런 바람직하지 못한 자세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그는 트럼프의 고립주의, 보호주의 기조에 대해 "이건 단순히 어떤 감정 혹은 두려움이 아니다. 4년 간 우리가 처할 정치적 현실"이라고 말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그는 EU에 대해 무지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EU의 정치적 응집력과 경제적 무게감, 전략적 자주성을 그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국제사회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 축소는 EU가 보다 긴밀한 국방 정책을 계획하도록 하는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며, 유럽이 외부에 의존하며 저자세를 취하기만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EU가 시민들에게 스스로 상업적 이익을 지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난민 문제, 유로화 위기 등 시급한 사안들을 둘러싼 의사 결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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