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구성원·주주 등 '사회의 행복'에 초점 맞춰
【서울=뉴시스】이연춘 기자 = SK그룹 주요 계열사가 정관에서 '이윤추구'란 문구를 빼고 '행복추구, 사회적 가치 창출'을 포함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강화해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앞장서고 조직 내부부터 혁신하겠다는 최태원 회장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이를 계기로 혁신과 변화의 속도를 한층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5일 SK에 따르면 그룹의 지주사인 SK(주)와 3대 핵심 계열사들인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텔레콤은 오는 24일 일제히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정관 개정안을 처리한다.
지주사와 SK 주요 계열사들이 추진하는 정관 개정은 60년 넘게 이어온 경영이념을 과감히 바꾸는 작업이다.
SK그룹은 기업의 당연한 목표로 인식돼온 '이윤 창출' 대신 사회적 가치를 경영 전면에 내세웠다. SK(주),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계열사들은 이달 정기주주총회에서 기존 정관에 있던 '기업은 충분한 이윤을 지속적으로 창출해야 한다'는 표현을 삭제키로 했다.
대신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사회와 더불어 성장한다'는 문구를 새로 넣기로 했다.
SK 지주사와 계열사들의 정관에는 추구하는 가치에 '경제 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사회와 더불어 성장한다'는 문구를 새롭게 추가한다.
SK가 그룹의 경영이념을 전격 수정하기로 한 것은 사회적 가치를 강조해온 '최태원식' 경영철학을 명문화했다는 분석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SK의 경영방침인 SKMS(SK 경영관리체계)를 개정하면서 "우리가 행복하려면 고객, 주주, 사회 등 이해관계자의 행복이 전제돼야 하고, 우리의 행복을 나눠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최 회장은 국내 그룹 총수가운데 유독 사회적 기업 육성에 깊은 관심을 갖고 사회적 가치 창출을 실천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딥 체인지'를 회사 정관에 명확히 명시한 만큼, 조직 전반의 쇄신작업과 변화가 빨라질 것"이라며 "단체나 법인의 조직·활동을 정하는 근본 규칙인 정관은 일종의 자치 법규로, 등기이사가 이를 위반할 경우 정관에 근거해 손해배상 등의 책임을 지는 등의 강제성이 있다"고 말했다.
SK가 SK행복나눔재단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10여개의 사회적 기업을 발굴 육성하며 빈곤, 고령화, 실업난 등 사회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것도 최 회장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자본주의 발전에 따른 부작용이 큰데 기업이 돈을 버는 것만 할 것이 아니라 사회와 나눠야 한다는 점을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들이 중시하고 있다"며 "길게 보고 비전을 세워야 한다는 최 회장의 염려가 반영돼 경영철학이 더 강화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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