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테너' 호세 카레라스 "서울에서 다시 한번 공연 감사"

기사등록 2017/03/02 15:40:53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와 함께 '세계 3대 테너'로 불리는 호세 카레라스가 2일 오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열린 마지막 월드투어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17.03.02.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은퇴요? 언젠가는 그날이 오겠죠. 그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차분해지고 감상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은퇴를 하게 된다면 그날은 행복한 날이지 슬픈 날은 아닐 겁니다."

 생애 마지막 월드투어로 예상되는 '어 라이프 인 뮤직'의 돛을 올리고 세계 팬들을 만나고 있는 전설의 테너 호세 카레라스(70)는 2일 오후 서울 광화문 포시즌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활짝 웃었다.  

 겨자색 수트를 입고 같은 색 계열의 넥타이를 단정하게 맨 백발의 테너는 거듭되는 은퇴 관련 질문에도 여유 있게 답하며 "프로로서 47년 동안 노래한 것에 대해 감사하고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칠순이 갓 넘은 카레라스는 성악가로서 마지막으로 예상되는 위대한 항해를 떠나고 있다. 독일, 헝가리, 호주 등을 거친 카레라스는 오는 4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호세 카레라스 마지막 월드 투어 - 음악과 함께한 인생'을 통해 이 여정의 좌표에 서울도 새긴다.

 스페인 카탈루니아에서 태어난 카레라스는 1970년 소프라노 몽세라 카바예에게 발탁, 그녀의 상대역으로 오페라 무대에 데뷔했다. 1971년 베르디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1위에 오르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그는 데뷔 4년만인 28세에 24개 오페라의 주역을 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게 된다.

 경력을 갓 시작했을 때나 현재나 무대에 서는 태도나 느낌은 "빤한 말이지만 변함이 없어요. 사실입니다"라고 웃었다. "항상 제가 느끼는 감정과 느낌을 청중과 소통하며 표현하려고 하죠."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와 함께 '세계 3대 테너'로 불리는 호세 카레라스가 2일 오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열린 마지막 월드투어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7.03.02.  park7691@newsis.com
 물론 나이가 들수록 그 표현은 깊어진다고 여겼다. "나이가 들수록 표현하는 정도와 성숙도가 달라요. 사람으로서 성숙하는 만큼 아티스트로서도 성숙해지죠. 그럼에더 무대에 대한 느낌과 감정은 항상 같아요."

 이번 무대에 함께 오르는 조지아 출신의 미녀 소프라노 살로메 지치아는 "어릴 때 호세 카레라스 선생님은 신과도 같았는데 조지아에서 처음 만났을 때는 믿을 수 없었다"고 했다.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셨고, 덕분에 성장할 수 있어 감사하죠. 세번의 콘서트를 함께 했는데 듀엣을 할 때 두 사람이 노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한 영혼이 노래하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카레라스의 성악가로서의 삶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건 이른바 '스리 테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전야제에서 이미 세상을 떠난 루치아노 파바로티(1935~2007) 그리고 플라시도 도밍고(75)와 함께 한 무대로 음악계를 넘어 세계 문화계 전체에서 지명도를 얻게 된다.

 이 공연의 실황음반은 세계에사 1200만장이 팔려나갔다. 클래식 음반 중 가장 많이 팔린 음반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당시 공연 실황은 세계 15억명에게 생중계됐다.

 "최근 도밍고와 함께 언론 인터뷰를 한 적이 있어요. '언제까지 노래할 것이냐'는 물음이 나왔는데 도밍고가 '신께서 노래할 정도의 목소리를 남겨주시는 한 계속 노래하겠다'고 했어요, 저는 그 대답이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죠. 저 역시 마찬가지에요."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와 함께 '세계 3대 테너'로 불리는 호세 카레라스가 2일 오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열린 마지막 월드투어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17.03.02.  park7691@newsis.com
 은퇴는 언젠가는 해야 할 당연한 수순이다. 은퇴에 대해 생각하면 벌써 우수에 젖는다며 실제 잠시 감상에 빠지기도 했다. "제가 생각할 때는 모든 공연이 굉장히 중요하고 의미가 깊어요. 이 투어가 2, 3년 정도 계속될 듯한데 프로로서 가보지 못한 곳을 최대한 찾는 것이 목표에요, 언제 마지막으로 끝날 지는 두고봐야죠."  

 전성기를 누리던 카레라스는 1987년 느닷없이 찾아온 백혈병으로 힘든 투병 생활을 시작했다. 골수를 채취 할 때조차 성대를 다칠까 부분 마취를 해가며 치료를 받았다.

 생존 확률이 10분의 1에 불과하다는 의사의 진단이 있었음에도 기적적으로 완치 판정을 받고 일여 년 만에 돌아온다. 그는 "고향 무대에 다시 섰을 때 감격은 잊을 수 없다"고 먹먹해했다.

 향후 프로로서의 은퇴가 무대를 완전히 떠나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시 공연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에요. 공연은 계속할 거예요. 특히 '호세 카레라스 백혈병 재단'을 위해서 계속 공연할 겁니다."

  이번 무대에서 카레라스는 지휘자 데이비드 히메네스, 코리아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함께 하는 이번 공연에서 유명 오페라 아리아, 카탈루니아 민요, 뮤지컬 넘버 등 호세 카레라스의 인생에 영향을 끼친 곡들을 들려준다. 특히 그리그의 '그대를 사랑해'는 모국어로 들려준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와 함께 '세계 3대 테너'로 불리는 호세 카레라스가 2일 오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열린 마지막 월드투어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성악가 살로메 지치아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7.03.02.  park7691@newsis.com
 카레라스는 여전히 매일 연습한다고 했다. "이탈리아어로 목소리가 보체(vóce)인데 여성 명사에요.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죠, 어떤 때 연습을 요하는지, 어떤 때 쉬어야 하는지를 민감하게 보살펴야 합니다."  

 이번 내한은 2년3개월 만이다. 앞서 2014년 11월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올랐다. 당시 이틀 간 예정됐던 공연 중 하루만 정상적으로 열리고 이튿날 공연은 급성 후두염으로 취소했다.

 갑작스런 상황임에도, 당시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화를 내기보다 고령의 테너 건강을 걱정하며 또 다시 내한하기를 기다렸다. 이번 내한에 대해 카레라스나 팬들이나 학수고대하는 이유다.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유감이에요. 누구나 아플 수 있죠, 그래도 제가 운이 좋은 아티스트인 것이 최근 20년 동안 아파서 공연을 취소한 것은 3~4번이었어요. 관리를 철저하게 했다기 보다는 운이 좋았죠. 서울에서 다시 한번 공연할 기회를 얻게 돼 감사합니다."  

 카레라스는 한국을 찾는 것에 대해 '기분이 좋다'라는 표현 이상의 기분을 느낀다고 했다. "제가 나아가려는 방향성에 대해 항상 성원해주시기 때문이죠. 뿐만 아니라 한국 음악가들이 세계적으로 급성장해서 기뻐요. 미국이나 유럽에서 명성 있는 오케스트라 연주자로 있고, 세계 유수의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하는 한국인 성악가도 많죠."  

 카레라스가 첫 내한공연한 건 1976년 오페라 '토스카' 무대. 이후 여러차례 내한한 그는 "이번 무대 말고 월드 투어의 끝에 다시 한국을 찾았으면 한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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