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당 선전 시 프랑스·독일 극우 정당들도 탄력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네덜란드 총선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극우 정당의 기세가 주춤하고 있다. 헤이르트 빌더르스가 이끄는 자유당(PVV)의 지지율이 2위로 밀려났다.
1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여론조사기관이 발표한 정당별 지지율을 보면 집권 자유민주당(VVD)이 16.3%로 1위를 차지했다고 도이체벨레 방송 등이 전했다.
PVV는 지지율 15.7%로 2위로 기록했다. PVV의 지지율이 VVD 뒤로 밀려나기는 작년 11월 이래 처음이다.
PVV는 반 이슬람 공약을 앞세워 오는 15일 시행되는 총선에서 제1당 지위를 노려 왔다. 빌더르스 대표는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비난 속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PVV는 유럽의 다른 극우 정당들과 노선을 같이 한다. 집권 시 네덜란드 내 모든 이슬람 사원을 폐쇄하고 영국처럼 넥시트(네덜란드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PVV는 유럽 내 이슬람 급진 테러와 대량 난민 유입에 따른 안보 유려가 높아진 가운데 세력을 키웠다. 작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도 이 당에 호재였다.
하지만 총선이 임박할 수록 PVV 지지율 하락세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23일 여론조사에서 PVV는 24~28석을 얻을 수 있다고 나타났다. VVD는 23~27석으로 막상막하 경쟁을 펼쳤다.
당초 PVV는 전체 150석을 뽑는 총선에서 25~29석을 확보해 제1당으로 올라설 수 있다고 예상됐다. 하지만 작년 12월 이후 여론조사상 예상 의석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빌더르스 대표는 총선이 임박했음에도 네덜란드 유력 매체들의 인터뷰를 취소하고 당 대표 TV토론회 참석을 거부하는 등 '마이 웨이'를 고수하고 있다.
전 유럽은 이번 총선에서 PVV의 선전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EU 주요 회원국 가운데 올해 처음으로 선거를 치른다. 이후 프랑스 대선(4~5월), 독일 총선(9월) 등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PVV와 마찬가지로 프랑스와 독일에서는 각각 국민전선(FN),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 등 극우 정당들이 올해 선거를 통해 유럽을 싹 바꾸겠다고 벼르고 있다.
PVV가 지지율 하락세를 극복하고 2주 뒤 총선에서 좋은 성적을 낼 경우 다가오는 프랑스와 독일 선거에서 극우 정당들이 위세를 떨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다만 다당제 국가인 네덜란드에서는 PVV가 제1당이 돼도 집권에 실패할 수 있다. PVV가 최다 의석을 얻어도 다른 당들이 연정 구성을 거부하면 권력을 잡을 수 없다.
VVD의 마르크 뤼테 총리는 PVV와 연정을 구성할 뜻이 없다고 이미 밝혔다. 소수당들이 연합해 PVV 집권을 저지할 수도 있다. 이번 네덜란드 총선에는 28개 정당이 등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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