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프랑스 공화당이 대선을 앞두고 '바람 앞의 등불' 신세가 됐다. 대선 후보인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의 부패 스캔들을 놓고 내분이 격화한 가운데 외부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프랑스 24 등에 따르면 피용 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세금 횡령 혐의를 거듭 부인했다. 그는 부패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에도 후보직을 사퇴할 뜻이 없다고 강조했다.
피용 전 총리는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건 유권자들이 돼야 한다며 "나 뿐만 아니라 대선 자체가 저해받고 있다. 유권자 수백 만 명의 목소리가 탄압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피용 전 총리는 올초까지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로 평가됐지만 하원의원 시절 아내를 보좌관으로 채용해 세제상으로 부당 이익을 챙긴 의혹이 불거지면서 벼랑 끝에 몰렸다.
공화당 내부적으로는 선거 참패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피용 전 총리의 후보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4월 대선 1차 투표가 임박한 상황에서 대체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공화당 경선 패배 후 피용 선거 캠프에서 외교 고문으로 일한 브뤼노 르 메르 전 농림부 장관은 사직 의사를 밝혔다. 그는 프랑스를 재건하려는 후보는 정치적 신뢰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르 메르는 피용이 검찰 기소될 경우 후보직을 내려놓겠다는 약속을 지키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를 포함해 피용 선거캠프에 몸담아 온 의원들 여러 명이 이날 잇달아 사퇴했다.
소규모 중도 정당인 민주독립연합(UDI)은 피용 전 총리에 대한 지지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장 크로스토프 라가르드 UDI 대표는 다음 주 당 지도부가 만나 지지 철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외부적으로도 피용 전 총리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이날 피용의 기자회견 직후 성명을 내고 사법 체계가 불합리하다는 피용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라고 해서 경찰과 판사들 일에 의문을 제기하고 사법 시스템과 국가 제도에 대해 극도로 심하게 비판할 권한이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장 자크 우르부아 법무장관은 집권 사회당의 입맞 따라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피용 측 주장에 대해 "검찰은 전적으로 독립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도 무소속 후보인 에마뉘엘 마크롱 전 경제장관은 "피용의 주장은 그가 용기와 현실 감각을 잃었음을 보여준다"며 부패 스캔들에 대한 잘잘못을 유권자들이 가려야 한다는 주장은 가당치 않다고 비판했다.
사회당 후보인 브누아 아몽 전 교육부 장관은 "피용은 정식 수사를 받고 있는 모든 정치인들이 하는 얘기를 한다"며 "이들은 자신들이 언론과 정치사법 음모의 희생자라고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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