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넘지 말아야 할 선 넘어" 비판…캠프 내 자성 목소리도
안희정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취지" 해명
【서울=뉴시스】전혜정 윤다빈 기자 = 안희정 충남지사가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이 선한 의지로 정치를 하려 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야권 내부의 비판이 봇물 터지듯 이어지고 있다.
안 지사는 지난 19일 오후 부산대학교에서 열린 '즉문즉답' 행사에서 이 전 대통령과 박 대통령을 평가하며 "그분들도 선한 의지로 없는 사람과 국민을 위해 좋은 정치를 하시려고 그랬는데 그게 뜻대로 안 된 것"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는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대해서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대기업의 많은 후원금을 받아서 동계올림픽을 잘 치르고 싶어 하는 마음이실 것이라고 저는 생각한다"며 "그러나 그것이 법과 제도를 따르지 않으면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안 지사는 "저는 그 누구라도 그 사람의 마음은 액면가대로 선의로 받아들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도 '7·4·7'을 잘해보고 싶었을 것"이라며 "그래서 그분이 동원한 방법은 현대건설 사장님답게 24조원의 돈을 동원해서 국민이 아무리 반대해도 4대강에 확 집어넣는 것"이라고 웃으며 지적했다.
안 지사는 이날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일부 언론에서 저의 발언 취지와 전혀 다르게 기사를 작성해서 보도해 그 점에 대해 유감"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4대강이나,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을 얘기하면서 그들이 아무리 선의를 가지고 있었다 할지라도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선의라 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그는 "'제가 누구를 조롱하려 하는 말이 아니다'라는 비유와 반어에 오늘 현장에 있던 청중은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며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로 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분노와 상실감으로 국민과 함께 촛불을 들어 온 제가 그들을 비호하겠냐"라고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야권 인사들과 친문재인 진영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장진영 국민의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안 지사는 자극적인 문구의 언론보도로 논란을 불러일으켜 보수층의 지지를 구하면서, 정작 SNS에서는 오해라고 해명했다"며 "신문·방송에서는 보수의 얼굴을 했다가 SNS에서는 진보의 얼굴로 바꾸는 아수라 백작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20일 안 지사의 발언에 대해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나라를 제대로 이끌 비전을 가진 지도자냐, 국민의 뜻에 따라서 미래 비전을 갖고 나가느냐, 이런 걸 볼 수 있어야 하는데 박 대통령이 그런 훈련과 자질이 부족했다는 게 지금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다"며 "(안 지사가) 조금 억지로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안 지사의 발언은 전혀 말이 안 되는 소리다. 그게 다 대연정하고 연결된 말"이라며 "국민적 요구인 적폐청산, 부패특권 반칙세력을 사면하겠다는 생각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상당히 문제 있는 인식"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DJ의 3남인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임기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국정운영을 자신들 사업의 '수익모델'로 생각했던 MB와 최태민과 최순실 손아귀에서 수십 년간 놀아나던 박근혜가 좋은 정치를 할 생각이 있었냐"며 "그 사람들은 대통령이 되기 전에 이미 악의 세계에 발을 깊숙이 들였고 그들의 과거를 돌아봐도 '선한 의지'가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대다수 국민이 이미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이분(안 지사)은 극악무도한 자에게도 자비를 베푸는 '성인군자'를 국민이 찾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고 말한 뒤 "민주당 당원과 지지자들 그리고 촛불혁명에 참여한 시민들 입장에서 봤을 때 이 발언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이라고 규정했다.
문재인 전 대표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박광온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미르·K스포츠재단만 놓고 보더라도 불순한 기획에서 비롯됐다는 게 검찰, 특검 수사로 다 확인이 됐고 그것이 지금 탄핵 사태를 촉발한 요인이 됐다"며 "농담격으로 했다는 해명이 있었지만 어쨌든 지나쳤고,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문 전 대표 측의 한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해서 박 대통령까지 권력을 너무나 사사롭게 운영하고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뜨렸다"며 "이걸 국민이 추운 겨울에 나서서 촛불로 바로잡는다고 한 것 아닌가. 그런 국민 마음에 상처를 줘서는 안 된다. 그런 차원에서 적절하지 않은 발언"이라고 연신 꼬집었다.
친문 성향의 문미옥 의원 역시 페이스북에 "안 지사님의 설명대로 반어와 비유였다고 해도 지나쳤다"며 "안 지사님의 선의는 믿고 싶지만 저들에게는 선의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얼마 전 문재인 캠프에 합류한 진성준 전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박 대통령의 문제는 선의냐 악의냐가 아니다"라며 "그의 안중에는 헌법도 법률도 존재하지 않는 그 '무의식'이 문제이고, 자신만은 법치주의의 예외라는 이중 잣대가 문제"라고 단언했다.
안 지사 캠프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캠프 총괄부본부장을 맡은 이동학 민주당 청년위 부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구무언. 뚜벅뚜벅. 유권자의 이유 있는 비판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성찰의 목소리를 내놨다.
이 부본부장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현장에서 위트 비슷한 이야기였는데 진의가 잘못 전달된 측면이 있다"며 "지지자들에게 다소 비판적으로 받아들여질 부분은 있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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