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졌으므로 부재하지만 기억하기에 현존"('사물과의 작별' 중), "생존자는 희생자를 기억해야 한다"('빛의 호위' 중)는 그 정언명령에 대한 의지다. 절실함으로 단어 하나에도 진심을 담아 눌러 쓴 이유다.
"소외와 불안의 문제를 개인의 삶을 통해 포착"했다는 심사평과 함께 이효석문학상을 받은 '산책자의 행복'을 비롯해 9편이 실렸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발표한 작품을 묶었다.
조해진이 오랫동안 천착해왔을 뿐 아니라 '세월호 시대'를 살아가며 더욱 견결해진 주제인 "역사적 폭력이 개인에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가"(한기욱 해설 중)하는 지점을 섬세하고 차분하게 파고든다.
"실제로 유실물에는 저마다 흔적이 있고, 그 흔적은 어떤 이야기로 들어가는 통로처럼 나를 유혹할 때가 많다. (…) 그때마다 나는, 한 개인에게 귀속되지 못하고 망각 속으로 침몰해야 하는 유실물이 세상에 보내오는 마지막 조난신호를 본 것 같은 상념에 빠져들곤 했다. 일종의 상실감이었다."('사물과의 작별' 중)
조해진은 그럼에도, 힘겨운 가운데도 '살아 있음'에 대한 감각을 놓지 않는다. 소설 속 인물들은 서로를 살게 하기 위해 고투하면서 그 힘으로 살아간다. 세상을 떠난 언니가 동생을 살아가게 하며('잘 가, 언니'), 어린 시절 친구에게 선물한 카메라가 그를 세상 밖으로 이끌기도 하고('빛의 호위'), 신문에 실린 사진 한장이 먼 나라의 화가에게 작품을 완성하도록 부추기는 영감('시간의 거절')을 주기도 한다.
신동엽문학상(2013), 젊은작가상(2014)에 이어 이효석문학상(2016)을 연달아 수상하며 믿음직한 작가로 발돋움한 조해진은 점차 사람을 지그시 바라본다.
그녀는 작가의 말에서 "어떤 이야기도 한 사람을 대신할 수 없다. 한 사람의 생애에는 표현할 수 없는 순간이 표현되는 순간보다 훨씬 더 많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이야기 너머로 뻗어가는 지평에 수많은 문장과 생각과 감정이 흩어졌다가 모이며 또하나의 작은 길이 돼가는 상상은, 언제나 두려울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 이제야 나는, 진짜 타인에 대해 쓸 수 있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268쪽, 1만2000원,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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