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자유총연맹 회장, 추천제로 뽑아라"…'靑 압력' 있었다

기사등록 2017/02/13 12:59:48 최종수정 2017/02/13 20:12:01
【서울=뉴시스】김준모 김현섭 이혜원 기자 = 뉴시스가 13일 확보한 김성렬 행정자치부 지방행정실장(현 차관)과 허준영 전 자유총연맹 회장과의 문자메시지. 김 실장은 2015년 11월4일 허 전 회장에게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방식을 투표제에서 추천제로 바꾸는 것과 관련 현기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과 논의해볼 것을 제안했다. 2017.02.13.  jkim@newsis.com  afero@newsis.com  hey1@newsis.com
2년전 허준영 회장에게 '투표제→추천제'로 변경 종용
 행자부 "靑 현기환 정무수석과 의논하라" 문자 메시지
 허 회장 "민주주의 역행…공정성 흔들려" 수용 불가 반발
 김경재 현 회장 취임 뒤 결국 '총회서 선임'으로 정관 바뀌어

【서울=뉴시스】김준모 김현섭 이혜원 기자 = 박근혜정부 청와대가 2년 전 국내 최대 보수우익 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 회장 선출 방식을 투표제에서 추천제로 바꾸기 위해 당시 허준영(65) 회장을 압박했다는 정황이 나왔다.

 대의원 선거로 뽑던 회장 선출 방식을 이사회 추천 임명제로 바꾸려 한 것인데, 이 단체는 허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실제로 청와대가 원했던 추천제를 도입했다.

 청와대가 원하는 인물이 자유총연맹 회장 투표에서 계속 낙마하자 아예 선출 방식을 바꿔 낙하산 인사를 시도하려 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13일 뉴시스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1월4일 당시 김성렬(59) 행정자치부 지방행정실장(현 행자부 차관)은 허 회장에게 "지난번 회장님 말씀을 비서관 통해 수석께 보고했다"며 "포상을 포함한 제반사항에 대해서는 수석과 통화해 직접 논의하는게 어떨까 한다"라는 문제 메시지를 보냈다.

 허 회장에 따르면 당시 문자에서 언급한 '수석'은 현기환 정무수석(2015년 7월~2016년 6월 재임)을 가리킨다. 또 '제반사항'은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방식을 투표제에서 추천제로 바꾸는 문제를 뜻한다. '지난번 회장님 말씀'이란 "선거제를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라는 허 회장의 입장을 지칭한 것이다.

 쉽게 말해 이 문자는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 방식을 투표제에서 추천제로 바꾸는 방안을 자꾸 반대만 하지 말고 현 수석을 만나서 한번 논의해 보라'는 의미로 허 회장에게 보내진 것이다. 

 그 당시 연맹 회장직은 총회에서 자유경선에 의해 선출했다. 500명으로 구성된 대의원들이 자율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해 선발하는 방식이다.

 가령 허 회장은 2015년 2월25일 제15대 회장 선거 때 연맹 대의원 371명의 투표에서 181표를 얻어 청와대가 밀었던 것으로 알려진 이동복(79) 전 국회의원을 32표 차이로 이기고 당선됐다.

 그런데 이를 바꿔 이사회 등의 추천으로 회장을 뽑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청와대 요구였다. 김 실장의 문자는 이 같은 청와대 요구를 허 회장이 계속 거부하자 양측을 중재하기 위한 차원에서 보내졌다.

 김 차관의 중재가 있고 11일 뒤인 11월15일 허 회장은 실제 현 수석을 만나 회장 선거 방식 개편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허 회장이 투표제 선출 방식을 완강히 고수하면서 청와대 뜻은 이뤄지지 않았다. 

 허 회장은 당시 청와대가 추천제를 통해 회장을 선출하려했던 것은 '의도'가 불순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었다.

 허 회장은 뉴시스 기자와 만나 "(회장 선거 방식을) 투표제에서 추천제로 바꾸는 건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일이다. 특히 선거를 몇 달 앞둔 시점에 선출 방식을 바꾸면 공정성도 의심을 살 여지가 있었다"며 "추천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복안도 없는 상태에서 계속 직선제 폐지를 요구했기 때문에 선거제를 바꿀 수 없었다"고 밝혔다.

 자유총연맹은 이후 허 회장이 물러나고 후임으로 김경재(75) 회장이 선거로 당선돼  2016년 4월28일 취임한 직후 추천제를 도입했다.

 뉴시스가 입수한 2016년도 제3차 자유총연맹 이사회 회의자료를 보면 연맹 이사회는 그해 6월 '중앙회장은 회장추천위원회가 추천하는 자 중에서 이사회의 동의를 얻어 총회에서 선임한다'는 내용으로 정관을 변경했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이 3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면 다음번 수장은 이사회가 선임한 회장추천위원회에 의해 선출될 예정이다.

 자유총연맹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정관에도 중앙회장은 총회에서 선임하며, 선임과 관련된 세부사항은 별도 규정으로 정하게 돼있다.

 이와 관련 뉴시스는 자유총연맹에 '선임과 관련된 세부사항' 열람을 요구했지만 연맹 측은 내부규정이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다만 "중앙회장 후보자 추천위원회에서 후보자를 추천해 검증한 뒤 총회에서 선출한다. 추천위원회는 이사회에서 11명 이내로 정한다"고 구두로 알렸다.

 이같은 의혹에 대해 자유총연맹 관계자는 "청와대 지시로 바꾼 건 아니다. 최근 3~4년간 회장이 수차례 바뀌면서 문제가 많이 생겼었다. 그 과정에서 조직 분열도 되고 피로가 많이 쌓인 상황이라 내부적으로 정리해서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자유총연맹은 2015년 하반기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국정 역사교과서 찬성 집회 등 정부를 지지하는 각종 시국집회를 연 사실이 뉴시스 보도를 통해 드러나면서 '관제데모'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청와대는 연맹에 '국회 파행'을 비난하는 내용의 신문광고 게재를 요구하고, 박근혜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에 연맹 회원들을 '박수 부대'로 동원토록 하는가 하면, 연맹 안보강사에 특정 인물을 선정하도록 요구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개입했다.

 또 2015년 2월 15대 자유총연맹 회장으로 선출된 허준영씨의 취임을 막기 위해 조윤선(51·구속)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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