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탄탄한 대본으로 주목 받았다. 재벌가의 아들 '태석'이 저질렀다고 의심받는 살인사건이 X축, 그를 변호하는 자와 응징하려고 하는 자들이 Y축이 돼 대한민국 현재 악의 좌표를 섬뜩하면서도 실감나게 그렸다. 다양한 공간을 오가며 리듬감과 반전을 쥐락펴락하는 편집도 일품이었다.
연극이 욕심날 법한 이야기지만, 한정된 무대 공간에서는 고민할 지점도 많다.
엄밀히 따지면 연극 '베헤모스'의 이야기 밀도는 촘촘하지 못하다. 암시가 많다. 태석을 변호하는 이변(변호사)과 그를 응징하려는 오검(검사) 사이의 원한 관계가 두루뭉술하다. 특히 이변이 오검에게 이죽거릴 때 언급되는 오검의 여동생에 대한 이야기의 지층이 두껍게 깔려 있지 않다.
또 성서 속에서 복수로 존재하는 괴물의 이름을 따 '베헤모스'라 불리는 오검이 왜 그렇게 변해갈 수밖에 없었는지를 맥락보다는 대사 위주로 풀어나간다.
선한 인상의 정원조는 오검 역에 정의를 불어넣는데, 그 역시 괴물로 치달을 수밖에 없었던 과정에 연민을 섞어 설득력을 부여한다. 빈정거리다가도 가난의 어린 시절로 인한 열등감이 불쑥 들나는 오검 역의 김찬호는 공감대를 산다.
명문대생 태석 역의 미남 배우 이창엽은 반전의 키를 쥐고 있는 철 없는 부잣집 아들 역을 생생하게 연기한다. 태석의 아버지 역 등의 권동호, 태석에게 목숨을 잃는 것으로 설정되는 젊은 여성 김히어라 등 멀티의 존재감도 뚜렷하다.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와 '벙커 트릴로지', 뮤지컬 '로기수' 등 극장 공간활용에 일가견이 있는 김태형 연출은 이 배우들을 위한 좌표 설정에도 탁월하다.
결국 드라마가 이야기하고자 한 바를 연극 문법으로 잘 옮겨낸다. 일부 돈과 권력을 옥 죄고 있는 이들을 주축으로 악이 만연한 사회에서 누구나 악인은 될 수 있다. 결국 괴물은 도처에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한다. 왜 드라마를 연극으로 옮겼는지 수긍이 된다.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로 유명한 PMC프러덕션에서 6년만에 선보인 연극이다. 김도현, 최대훈, 문성일도 오검, 이변, 태석을 연기한다. 오는 4월2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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