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바로 美무역위원장 "獨 저평가된 유로화로 미·EU 착취"

기사등록 2017/02/01 10:18:10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이 독일의 환율 정책을 정면으로 공격했다. 나바로 위원장은 독일이 “극도로 저평가된 유로화(grossly undervalued euro)”를 통해 미국은 물론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을 착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바로 위원장은 3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유로화는 사실상 암묵적으로 독일 마르크화(implicit Deutsche Mark) 같다”며 독일이 유로화 약세를 이용해 수출 경쟁력을 높여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독일은 미국 및 유로존 회원국들과의 교역에서 큰 흑자를 보고 있다. 지난 수년간 EU와 미국 사이에서 무역 갈등을 일으킨 원인이다.

 FT는 나바로 위원장의 이 같은 견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행정부가 무역협상에서 환율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룰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라고 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몇 차례 걸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12개국 다자간 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나바로 위원장은 또한 독일이 미국과 EU 간 자유무역협상인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을 타결하는 데 결정적인 장애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TTIP를 죽였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에 이미 벌어진 일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TTIP는 한 지붕 아래 있는 많은 나라들과의 다자간 협정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앙렐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독일은 유로화에 영향을 줄 수 없다”라고 반박했다. 메르켈 총리는 같은 날 스톡홀름에서 가진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독일은 항상 유럽중앙은행(ECB)의 독립성을 지지해왔다”고 말했다.

 나바로 위원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의 우선순위 중 하나는 해외에서 제품을 만들고 있는 미국 기업들을 국내로 불러들이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제품의 생산체계를 미국 중심으로 바꾸는 정책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나바로 위원장은 “미국은 외국에서 들여온 부품을 들여와 조립만 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다. 미국 경제를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좋은 일이 아니다. 미국에서 부품들을 생산해야 한다. 튼튼한 국내 공급 체계를 갖추게 되면 일자리도 생기고 임금도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나바로 위원장은 미 하원에서 공화당 지도부가 추진 중인 국경세를 지지하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불공평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아래서 불평등한 세제 운용되고 있다. 미국으로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들에게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과 같은 불공정한 처사다. 미국의 수출 기업들은 보이지 않는 관세를 물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인들은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해외로 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기간 중 우리 소득세제에 대한 이러한 불공정한 부분을 종식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하원에서 제안한 국경세 도입은 여러 대안 가운데 가능한 선택 중 하나"라고 말했다.  

 국경세를 도입할 경우 수입물가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그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서 나바로는 "세계화주의자들의 낡고 지겨운 주장에 불과하다. 그들은 미국의 일자리를 해외로 빼돌려 우리 노동자들의 임금과 고용을 억압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미국인들에게 복지혜택보다 급여를 주는 것을 우리는 선호한다. 미국 중산층들이 높은 임금을 통해 부강해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국경세를 도입하면 미국 달러 강세로 인해 결국 수출에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 대해서도 나바로는 "내가 우려하는 것은 미국의 상품 무역적자가 미국의 경제 성장률과 소득 성장률에 미치는 실제적인 충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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