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틀린 의견도 보호해야"
【서울=뉴시스】이재은 이혜원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으로 표현해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60·여) 세종대 교수가 숱한 논란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이상윤)는 25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 교수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내렸다.
검찰은 지난 2013년 8월12일 출간한 '제국의 위안부'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박 교수를 2015년 11월 불구속 기소했다.
재판부는 학문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고, 박 교수가 주장하는 내용이 기존 위안부의 사회 평가에 심각하게 부정적인 내용을 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문제가 된 책 35곳의 표현 중 30곳은 박 교수의 주관적 의견을 표명한 것에 불과하고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선 구체적으로 내용이 증명돼야 하지만, 해당 부분은 추상적·비유적 표현으로 위안부 증언을 토대로 박 교수가 나름의 분석과 평가를 밝힌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나머지 두 곳에 대해선 위안부 피해자 개개인의 사적인 사안으로 도저히 보기 어렵다. 공적인 사안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에 대해서는 개개인의 사안보다는 활발한 공개 토론 여론 형성하는 등 폭넓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악의가 없다 하더라고 이 사건 논지는 일본군 위안부 부정론자에 악용되는 부작용도 지적할 수 있으나 이는 서로 다른 가치 판단의 당부를 따지는 것이지 법원이 수용할 수 있는 권한이나 능력도 벗어난다"며 "학문적 표현의 자유는 틀린 의견도 보호해야 한다. 옳은 의견만 보호한다면 의견의 경쟁은 존재할 수 없다. 학술의 옳고 그름은 국가 기관이 판단한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선고 직후 방청석에 있던 한 할머니는 "법도 친일파냐. 저 X의 죄를 유죄로 해야하는데 이건 안 된다"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앞서 박 교수는 그간 12차례에 걸친 공판 과정에서 검찰 측과 치열한 법리 공방을 펼쳤다.
박 교수 측은 "제국의 위안부가 일본 행태를 비판하기 위한 공익 목적의 저서로서 '단순한 의견의 표명'일 뿐이고, 그 내용도 학문적 연구성과에 기초해 위법성이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되레 검찰이 앞뒤 맥락을 자르고 저서의 일부만 발췌해 오독했다고 맞섰다.
2014년 6월 이옥선(91)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9명은 박 교수와 출판사 대표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형사 고소했다. 도서출판 금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1인당 3000만원씩 총 2억7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도 법원에 냈다.
이에 법원은 "책 내용 가운데 34곳을 삭제하지 않으면 출판·판매·배포·광고 등을 할 수 없다"며 일부 인용을 결정해 박 교수는 제국의 위안부 삭제판을 간행했다. 또 손해배상 소송에선 지난해 1월 피고는 원고에게 1000만원씩 총 9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나왔다.
이후 박 교수는 첫 형사 재판에서 "가처분 결정과 민사 재판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면서 시민 배심원의 판단을 받겠다고 밝혀 총 6차례에 걸친 공판준비기일을 가졌다.
하지만 정영환(36) 일본 메이지가쿠인(明治學院)대 교수의 제국의 위안부 비판 저서 '누구를 위한 화해인가(부제 : '제국의 위안부'의 반역사성)' 한국어판이 출간된 직후인 올해 7월 돌연 입장을 바꿔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취소하면서 박 교수의 유무죄는 오롯이 법원이 판단하게 됐다.
lje@newsis.com
hey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