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기업들이 은행에서 자금을 빌릴 때 지불하는 이자(돈값)이 사실상 제로 수준이어서 돈이 방만하게 풀리며 상당한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당국이 하루빨리 통화긴축의 칼을 빼들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23일(현지시간)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에 있는 쑹위(宋宇) 베이징가오화(高華) 증권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업 대출에 적용되는 ‘실질 이자율’이 지난 2011년 이후 6년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이 증권사는 미국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의 중국내 합작사다.
실질 이자율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명목 이자율보다 물가 상승률이 더 높다는 뜻으로 돈값이 사실상 제로라는 의미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 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으로 묶어두고 있는 가운데 물가가 꾸준히 상승하면서 '돈값(실질 이자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쑹위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상황이 정책당국자에 딜레마를 안겨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물가를 잡기 위해 돈줄을 조여야 하지만, 자칫 하강하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다. 중국에 불공정 무역국이라는 주홍글씨를 새긴 트럼프 행정부가 20일 출범했고, 올해 말 공산당 전당대회도 예정돼 있다.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는 것이 공산당 지도부에는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대미 협상력을 제고하고, 중국 국민들을 상대로 공산당 통치의 정당성을 설득하기 위해서다.
중국경제는 지난해 6.7% 성장하는 데 그쳤다. 톈안먼 사건 직후인 1990년 3.9% 이래 26년래 최저치다. 중국 경제 성장률(GDP)은 지난 2010년(10.61%)만 해도 10%를 훌쩍 뛰어넘었으나 이후 꾸준히 하강했다. 2015년 성장률은 시진핑 국가 주석 부임 후 처음으로 6%대(6.9%)에 그쳤다. 올해는 6%대 중반이나 그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금융당국이 대출 창구지도 등 행정수단에 의존하는 배경으로 둔화되는 경기를 꼽았다. 가계, 기업 등 경제 각 부문에 무차별적 영향을 주는 기준금리를 올리는 대신 맞춤형 접근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당국이 작년 8월 이후 시중 금리 상승(money market rate)을 유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시중금리 상승이 채권 투매(bond selloff)를 불러 일으켰다고 덧붙였다.
쑹위 이코노미스트는 아울러 물가 상승세는 인구학적 요인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생산가능인구(만 15세부터 64세)의 성장세가 점차 둔화되고 있어 상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창구지도 등 편법을 동원해 돈줄을 조여도 물가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것도 이러한 변화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일한 해법은 중국 경제의 잠재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총생산의 264%에 달하는 부채를 언급하며 “경제 안정은 비용을 수반하기 마련”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중국 지도자들이 말의 유희에서 벗어나 더 강력히 개혁을 실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혁을 위한 강력한 실천 방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개혁은 구두선에 그칠 것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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