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 취임식 관중 허위브리핑 일파만파

기사등록 2017/01/23 10:54:31 최종수정 2017/01/23 10:54:53
【워싱턴=AP/뉴시스】션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이 21일 (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언론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참가자 수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췄다고 비판했다. 2017.01.22
【뉴욕 = AP/뉴시스】차의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신임대통령이 대통령 취임식 이후 주말 동안에도  '언론과의 전쟁'을 계속하고 있어 앞으로 백악관이 발표하는 정보를 어느 정도까지 믿을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백악관 공보비서 션 스파이서는 23일 첫 공식 일일 기자 브리핑에서 21일 밤에 발표했던 취임식 관중 수에 대한 언론의 축소보도 의혹 등 문제발언에 대한 질문 공세에 직면될 것으로 보인다.

 오랜 공화당 당직자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정부에서도 일했고 최근까지 공화당 전국 위원회 대변인을 지냈던 스파이서는 자신의 보스를 위해 끈질기게 싸우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파이서는 앞서 21일 트럼프가 중앙정보국(CIA)을 방문해 자신이 CIA를 비난한 것은 언론의 보도 왜곡 때문이라고 언론 탓을 했으며, 특히 자신의 취임식 관중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때보다 적었다고 왜곡 보도했다는 발언을 한 직후에 문제의 언론 브리핑을 했다.

 트럼프는 "기자들이란 지구상에서 가장 정직하지 못한 인간들"이라며 "나는 지금도 미디어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는데, 스파이서 역시 브리핑에서 두 가지 증명이 안되는 발언을 내놓았다.  트럼프 취임식 관중이 역대 최다였다는 것,  그런데도  언론이 의도적으로 군중 사진을 축소 편집해서 트럼프 지지 참석자들이 적은 것처럼 보도했다는 것이었다.

 트럼프 지지자들 중 일부는 공화당의 대선 전략이기도 했던 이 같은 미디어와의 전쟁에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위험은 이전보다 커지고 있다.

 이전에도 백악관 공보비서들이 보스들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일부 정보를 밝히지 않음으로써 언론을 오도하는 경우들은 있었다. 하지만 베테랑 원로 언론인 댄 래더는 22일 백악관이 허위 자료를 이런 식으로 발표하는 것은 평생 처음 보았다고 말했다.  그는 " TV 보도와 거리를 두고 실제 일어난 사실을 보려고 해야 한다. 이번 일은 분명 고의적인 선전 작전이다"라고 말했다.

  스파이서는 당장 거짓임이 드러난 발언도 했다. 즉 워싱턴 지하철 시스템의 기록에 트럼프 취임식 날인 20일의 지하철 탑승자 수가 오바마 2기 취임식 날에 비해 훨씬 많았다는 것,  20일에는 워싱턴 몰의 바닥이 처음으로 흰색으로 덮여서 빈 공간이 더 많은 것처럼 비쳤다는 것, 이 날 모든  구경꾼들은 워싱턴 몰에 들어갈 때 금속탐지기를 통과했다는 것 등이다.

 스파이서는 브리핑 후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고 급히 퇴장했지만 이 장면은 폭스 뉴스와  MSNBC로 생중계되었고 CNN은 중계는 안했지만 나중에 하일라이트로 방송했다.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자로서 지난 1월 11일 기자회견에서도 언론을 겨냥해 전투를 벌였다.  한 정보기관원이 트럼프와 러시아와의 비밀스럽고 외설적인 관계에 관한  루머를 폭로했다는 보도가 나온 후 트럼프와 인수팀은 언론사를 맹렬히 비난하고 CNN과 기자를  "저질 "이라 욕하며 CNN기자의 질문에 대놓고 답변을 거절했다.

 스파이서의 '거짓 브리핑'에 대해 22일  " 언론과의 만남 " 진행자 척 토드는 트럼프의 보좌관 켈리앤 콘웨이에게 이에 대한 질문을 했지만 콘웨이는 이를 "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s)이라고 말했다. 또 토드 앵커가 자신을 비웃었다며, 이는 트럼프가 언론에게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태도라고 말했다.

 스파이서의 전임자로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공보비서였던 애리 플라이셔 전 대변인은 자신이 보기에 스파이서는 보스인 트럼프가 시키는대로 명령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변인들은 대통령의 생각과 원하는 바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하며,  그렇게 해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들이 일을 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플라이셔는 자기는 백악관 시절에 고의로 틀린 정보를 발표한 적은 없었다며 "그런 짓을 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직업적 수명을 단축하게 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스파이서는 앞으로 기자 브리핑에서 날카로운 질문 공세와 논쟁에 휘말리는 등 험난한 길을 가게 될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특히 백악관에서는  취임식에 모여든 관중 수 같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거짓말을 할 경우  일파만파로 영향이 커지게 되며 나중에는  테러나 북핵 공격 능력등 중대한 문제의 발표까지 불신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트럼프와 언론과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는 포인터연구소의 벤 물린 책임연구원은 말했다.

  워터게이트 시대에  닉슨 대통령의 백악관과의 대결로 유명했던 전 CBS 앵커 댄 래더는 "트럼프 지지자든 아니든 미국 국민 앞에 백악관 대변인이 나와서 일부러 기자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현실이 너무도 슬프다"고 한탄했다.

  cm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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