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자유총연맹 전달 문자 분석해 보니…靑 지시 모두 실행

기사등록 2017/01/23 17:06:46
【서울=뉴시스】김준모 김현섭 이혜원 기자 = 2015년 12월1일 허준영 자유총연맹 중앙회장이 서울 중구 장충단로 한국자유총연맹본부 야외광장에서 열린 민생경제 외면하는 국회 정상화 촉구 결의대회 및 100만인 서명운동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허준영 연맹 중앙회장과 김정현 서울지부 회장, 소상공인, 대학생 등이 약 1500여 명이 참여했다.2017.01.23.  jkim@newsis.com  afero@newsis.com  hey1@newsis.com
허현준 행정관 "대규모 시위 맞설 준비 구상" 지시
 자총 "참고하겠다" 응답 후 실제로 관련 집회 참가
 靑 "여기에 초점을 맞춰라" 행동지침까지 구체 요구
 자총 관계자 "정책 도움과 '앞잡이' 노릇은 다른 문제"

【서울=뉴시스】김준모 김현섭 이혜원 기자 = 뉴시스가 단독 입수한 허현준(48)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과 한국자유총연맹(자총) 전 관계자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기록은 2015년 10월22일부터 같은 해 12월2일(총 30건) 사이에 오간 한달 보름간의 대화를 담고 있다.

 이 기간 중 허 행정관이 지시한 시국 '맞불 집회'나 기자회견 등 여론조성 관련 행위는 총 5건이었고, 자유총연맹은 이 지시를 모두 실행에 옮겼다. 당시 자유총연맹 회장은 허준영 전 경찰청장이었다.

 우선 허 행정관은 11월3일 자유총연맹 전 관계자 A씨에게 "오는 7일과 14일 국정교과서 반대와 세월호 집회가 있을 것이니 여기에 맞서는 준비를 미리 구상하라"고 지시했다.

 A씨는 이에 "참고하겠다"고 대답했고, 자유총연맹은 7일과 14일에 실제로 관련 집회 또는 기자회견에 참가했다.

 7일엔 KT 광화문지사 건물 앞에서 애국단체총협의회 등 보수성향 단체 소속 200명이 국정교과서를 지지하는 기자회견 등을 열었고 이 자리에 자유총연맹 회원들이 참석했다.

 이어 14일에는 재향경우회, 어버이연합 등 168개 보수단체 회원 약 1500명이 동화면세점 앞에서 '올바른 역사교과서 지지 제3차 국민대회' 등을 개최했으며 여기에도 자유총연맹이 참여한 사실이 확인됐다.

 또 허 행정관은 같은 달 20일 A씨에게 "11월23일 연평도 포격 5주년을 맞아 북한의 연평도 무력공격과 11월14일 폭력시위를 규탄하는 입장 또는 활동계획을 준비하고 계시면 알려주세요"라며 두번의 집회 개최를 우회적으로 요구했다.

 이에 A씨는 연평도 포격과 관련해 자유총연맹 전국 조직에 현수막을 걸도록 지시한 사실과, SNS를 통해 연맹 오피니언 그룹에게 규탄 내용을 보낸 사실 등 집회 대신 여론 조성행위를 했다는 결과를 보고했다.

 허 행정관은 11월26일에도 "지금 핵심 쟁점은 노동 등 4대개혁, 경제활성화법, FTA 입법 사안이니 정기국회 기간에는 여기에 초점을 맞춰 같이 하자고 하면 좋겠습니다"라고 A씨에게 전달했다.

 이에 자유총연맹은 12월1일 서울 중구 장충단로 연맹본부 야외광장에서 열린 '민생경제 외면하는 국회 정상화 촉구 결의대회 및 100만인 서명운동'를 열어 청와대 요구에 부응했다.

 자유총연맹의 다른 관계자 B씨는 "자총은 기본적으로 보수단체이기 때문에 정부의 올바른 정책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다"며 "하지만 국민 여론을 등진 정부의 '앞잡이' 노릇을 한다는 건 다른 문제"라고 착잡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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