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은 1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영국과 미국의 무역협정을 신속히 추진할 것이라고 공언해 EU탈퇴로 주권이 회복되길 원하는 영국인들의 환영을 받았지만, 미국과 유럽 간 ‘범대서양 무역 협상’의 역사는 그 반대로 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향후 약제비와 식품 안전을 비롯해 사법관할권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항을 놓고 미국과 타협을 봐야할 수도 있다.
‘주권을 되찾자’며 지난 해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EU탈퇴를 선택한 영국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통해 오히려 주권이 제약당하는 결과를 얻게 되는 셈이다.
현재는 논의가 중단된 EU와 미국 간 자유무역협정인 ‘범대서양투자무역동반자협정(TTIP)’의 경우, 제한없는 시장 접근을 선호하는 다국적 기업들이 유럽 각국의 규제를 무력화하길 원하는 모델로 간주돼 논란이 인 바 있다.
가디언은 환경과 보건, 제약, 농업, 법적 분쟁 부문에서 많은 문제들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환경 부문에서 미국 에너지 기업들이 영국 시장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권을 얻게 되면, 현재 초기단계에 와 있는 재생에너지 산업이 피해를 받을 수 있다. 미국 농업부문 로비스트들은 농약과 제초제 사용 혹은 유전자변형생물체(GMO) 표시에 대한 제한을 줄이도록 압력을 넣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영국 측이 거부하면 영국 농민들은 규제를 덜 받는 미국 경쟁사들의 저가 공세를 받을 수 있다.
TTIP 협상 기간 최대 우려는 미국 보험사들과 의료서비스 업체들이 영국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접근을 위해 영국 국민건강서비스(NHS)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가디언은 트럼프 차기 행정부와 무역 협상을 서둘러 체결할 경우 결과적으로 NHS 민영화를 초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16일 조나단 애슈워스 예비 내각 보건 장관을 인용해 전했다.
이밖에 법적 분쟁도 영·미 양국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무역 법률가들은 비관세가 적용되는 서비스 부문 국제 거래에서 분쟁 처리를 위한 협약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EU 단일시장에서 억울한 당사자들은 자국 법원에 소를 제기하기도 하지만, 최종적으로 유럽사법재판소에 항소할 수 있다. 그러나 TTIP와 같은 자유무역협정은 투자자-국가분쟁해결(ISDS) 조항에 따라 소위 투자자법원에 제소할 것을 제안한다. 정부를 제소한 기업들은 공개 재판이 아닌 비공개 변호사단으로 구성된 중재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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