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은 대통령에게 어떤 존재?" 질문에 "난 모시는 사람"
"젊은 시절 존경했고, 많이 좋아해서 옆에 있었다"
【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비선실세' 최순실(61·여·구속)씨가 16일 헌법재판소에 나와 변호한 건 자신과 딸 정유라(21)씨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증인 신문 내내 '박근혜 대통령 구하기'에도 적극적이었다.
최씨는 이날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 국정농단 파문이 불거진 후 헌재에는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최씨는 신문 초반부터 박 대통령을 감쌌다. 박 대통령을 이야기할 땐 시종일관 '모신다'는 표현을 썼다. 세상은 자신을 '실세'였다고 하지만 최소한 박 대통령에게 자신은 '비선참모'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최씨는 국회 측 변호인이 "박 대통령 취임 후 문화체육스포츠사업 진흥을 내걸고 이권 도모를 한 것 아니냐"고 묻자 "어떤 이권인지 말해달라. 제가 모신 대통령도 그런 일 하시는 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씨와 안종범(58·구속)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3차 공판에서는 최씨의 측근 회사로 알려진 KD코퍼레이션 이종욱 대표가 "최씨의 도움으로 현대차로부터 납품 관련 연락이 왔고, 감사의 마음으로 4000만원과 샤넬백을 준 적이 있다"고 한 진술조서 내용이 공개됐다.
이어 "내가 박 대통령과 상의해서 국정을 이끌었다는 식으로 나오는데 그저 의견만 피력했을 뿐"이라며 박 대통령이 '중심'이었음을 강조했다.
이날 최씨에 대한 신문은 중간에 두 차례 휴정이 있긴 했지만 약 9시간(오후 2시~7시) 동안 계속된 강행군이었다.
그러나 최씨의 박 대통령을 향한 '러브레터'는 지칠 법한 말미에 오히려 절정을 보였다.
최씨는 청구인과 피청구인인 국회와 대통령 측 변호인의 신문이 모두 끝난 후 이뤄진 질문에서 안창호 재판관이 "피청구인에게 증인(최씨)이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네?"라며 순간 당황했다.
이에 안 재판관이 "이 사건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피청구인과 증인의 관계이다. 증인이 피청구인에게 어떤 존재라고 스스로 생각하나"라고 재차 물었다. 그러자 최씨는 "난 대통령을 모시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한때 젊은 시절 존경했고, 또 많이 좋아해서 옆에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afero@newsis.com
hey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