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국회-박 대통령측 '격돌'
박 대통령 지난 1차 변론에 이어 2차 변론에도 불출석
국회 측 "박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 '파면' 정당할 정도로 중대 행위"
【서울=뉴시스】김승모 심동준 기자 = 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사건 2차 변론기일에서 박 대통령 측은 온통 견강부회(牽强附會·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억지로 끌어 붙여 자기 주장에게 유리하게 함)와 색깔론으로 점철된 주장을 내놓았다.
특히 박 대통령 측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제대로 사과조차 하지 않은 채 "미숙한 조치를 모두 대통령 문제라고 하는 것은 법 위반"이라고 주장했고, 연설문을 최순실씨가 수정한 부분에 대해서만 "죄송한 마음이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국회 측과 이를 반박하는 박 대통령 측은 1시간 40분간 첨예하게 대립했다.
박 대통령 측은 "사소한 잘못이 있어도 그 잘못을 묻기보다 지속적으로 국정운영하도록 하는 것이 국가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탄핵소추 사유 하나하나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탄핵 사유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인 이중환 변호사는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해 국정운영에 비선조직을 참여하도록 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국정운영과 관련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들었고 그 과정에서 40년전 알게 된 최순실 등의 의견을 지극히 조금 참조한 부분은 있다. 죄송한 마음 있다"면서도 "최순실이 조직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권한남용도 인정할 수 없다"며 "의혹이 제기된 인물 모두 법률이 정한 절차로 임명된 공무원이고 임명권자의 재량권 내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초미의 관심사인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에 대해선 "세월호 사고 이후 사안을 모두 파악하고 수습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모두 취했다"며 "단 한명의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구조에 최선을 다할 것, 일몰 전 생사 확인할 것, 인원 파악할 것 등 구체적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난 사고 특성상 많은 인명 피해가 생기고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미숙한 조치를 모두 대통령 문제라고 하는 것은 과소보호금지 원칙에 대한 기본적인 법리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 측은 형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모두 부인했다. 특히 최순실과 공모를 하지 않았고 삼성그룹과 관련한 뇌물 혐의는 객관적으로 명백한 사실과 모순된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이 변호사는 "대통령 뇌물 혐의는 삼성그룹이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204억원을 문제삼고 있는데 이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결의에 대해 (미국투기자본인) 엘리엇의 반대가 심해 국민연금공단에 영향력 행사에 삼성을 지원하라는 취지지만,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관한 주주총회는 이미 이뤄졌고 국민연금은 총회 결의 뒤 찬성 의견을 냈다"면서 "박 대통령은 총회일 이후 8일이 지난 지난해 7월 25일 이재용 삼성부회장을 만났다"고 주장했다.
또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면과 SK그룹 면세점 선정 관련 민원, 롯데그룹 수사와 관련해 박 대통령에게 청탁을 하고 (미르 등) 재단에 기부금을 내도록 했다는 소추 사유도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대통령이 주도하는 재단법인에 (기업 등이 기금을) 출연하는 것을 뇌물수수나 제3자뇌물수수로 인정한다면 재단에 출연토록 한 전직 대통령들 모두 뇌물수수 등에 해당한다"는 논리도 내놨다.
이 변호사는 결과적으로 "뇌물죄·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공갈죄 부분은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것으로 증거가 없고 법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특정 기업 제품을 대기업에 납품할 수 있도록 지시한 부분도 유망 중소기업 지원 차원이지 특혜를 주려고 한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박 대통령은 어머니 육영수 여사를 따라다니며 대통령에게까지 온 민원은 마지막 부탁이므로 절대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된다는 철학을 직접 경험했다"며 "중소기업 애로사항을 해결한다는 생각으로 비서관에게 해결할 방안이 있는지 검토하라는 취지로 지시한 것이 의도와 다르게 집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여론을 형성한 데 역할을 한 '태블릿PC'에 대해서도 공정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헌재는 검찰에 문제의 태블릿PC를 탄핵심판정에 제출하도록 명령하고, 제출된 태블릿PC를 공정하게 감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해당 태블릿PC가 최순실이 사용한 것이 맞는지, 제3자가 한꺼번에 정보를 입력한 것은 아닌지, 불법으로 취득한 오염 증거일 가능성이 있다는 쪽으로 몰아가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 변호사는 특히 "이 특검에서 임명된 수사팀장(윤석열 수석파견검사)은 노무현 정권서 특채로 유일하게 임명된 검사"라며 "왜 하필이면 그런 사람을 특검 수사팀장으로 임명한단 말인가. 특검법과 검찰청법 위반한 것으로 도저히 증거로 받아들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국회 측은 "국회가 의결한 탄핵소추 사유는 박 대통령을 파면하는 게 정당할 정도로 중대한 위반 행위"라고 주장했다.
국회 측은 이날 "박 대통령은 직무집행에서 헌법과 법률을 광범위하게 위반했다"고 포문을 열었다.
국회 소추위원인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박 대통령은 국민주권주의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 최순실로 하여금 국정을 농단하고 국가권력을 사익 추구하도록 한 점 등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국회 측 대리인단인 황정근 변호사는 "박 대통령의 국민 신임 위반은 중대하고 권력 남용이 심각하다"며 "국민의 이름으로 파면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려야 하는 사건"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에서는 국회에서 탄핵소추사유 인정되기만 하면 중대한 법위반 부분은 문제가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두번째 요건인 중대한 법위반 부분은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이날 박 대통령이 지난 1차 변론에 이어 불출석했지만,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박 대통령 출석 없이 탄핵심판을 진행한다며 심리를 이어갔다.
한편 이날 주심을 맡은 강일원 재판관은 "이번 재판은 탄핵심판이지 형사재판이 아니다"며 "절차는 형사소송법을 준용하지만 각종 고발사건이나 법원 재판 중인 사건과 혼동해서 쟁점이 흐려지지 않도록 정리된 5개 유형에 집중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강 재판관은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기록이 많아 피의자 조서나 진술 조서 등을 검토하지 못했다는 답변에 대해 "저는 혼자서 하지만 대략적인 부분을 했다"며 "조금만 더 서둘러 달라"고 재차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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