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천혜옥 중사, 소아암 환자 위해 머리카락 기부 ‘훈훈’

기사등록 2016/12/29 11:53:18
【포항=뉴시스】강진구 기자 = 해병대1사단은 천혜옥(34·여) 중사가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지난 2013년부터 자신의 머리카락을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 기부해 온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29일 해병대1사단과 경북대병원 등에 따르면 소아암 환자들은 통상 항암치료로 빠지는 머리카락을 감추기 위해 항상 모자를 쓰고 다니거나 가발을 착용하고 있다.

 하지만 협회에 기부되는 머리카락은 매년 턱없이 부족한 데다 가발 가격도 만만치 않아 소아암환자에게 글자그대로 가발은 ‘그림의 떡’이다.

 이는 파마와 염색 등 약품처리를 한 머리카락은 가발 제작과정에서 녹아 버릴 수 있어 기부대상이 되지 않는 데다 25㎝∼30㎝까지 머리카락을 기르기 위해 1년에서 1년6개월가량 관리하는 것이 어려워 대부분 여성들이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 중사는 지난 2013년부터 현재까지 3여년 동안 25㎝이상 애지중지 기른 머리카락을 총 3회에 걸쳐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 기부했다.

 건강한 머리카락을 유지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소아암 환자들을 생각하며 사소한 불편은 감수했다.

 천 중사는 고등학교 시절 위암으로 투병하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난 데다 소아암 환자들을 취재한 방송프로그램을 보고 ‘작지만 정성어린’ 머리카락 기부를 결심했다.여성들에게 생명과도 같은 머리카락이 없어 애통해 하는 소아암환자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천 중사는 모발기부 뿐만이 아니라 소아암 환자들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돕기 위해 지난 2013년8월부터  매월 2만원씩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 기부하고 있다.

 소년·소녀가장들이 사회구성원으로써 자립을 돕는 희망이음교육원에도 매월 1만원씩 기부하면서 작은 월급에서도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각 단체에 대한 기부금 액수를 조금 증액해 기부할 예정이다.

 천 중사는 해병대 훈련교관(DI) 출신으로 후배 부사관과 대원들의 모범이 되기 위해 열심히 근무하고 있으며, 장병들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 상담심리학 석사과정도 준비하고 있다.

 천 중사는 “앞으로도 머리카락 기부를 계속할 예정”이라며 “사소한 불편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큰 기쁨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머리카락을 기부하는 것이 소액의 기부금보다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다른 여성들의 관심과 동참을 호소했다.

 dr.ka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