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부흥개발은행(EBRD)과 세계은행이 공동 수행한 조사에서 러시아인의 15%만이 가계의 삶이 더 나아졌다고 답했다고 14일 가디언과 로이터가 보도했다. 이는 앞서 시행된 2010년 마지막 조사결과(30%)에서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또한 4년 전보다 재정 상황이 좋아졌다고 답한 비율은 9%에 불과했다.
구소련 국가 출신의 응답자 50% 이상은 특정 환경에서 좀더 독재적인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것이 이득이 될 수 있다고 여겼다.
EBRD는 1990년 소련 해체 이후 동구권 국가들과 구소련 국가들의 시장경제체제로의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1991년 설립된 지역개발 금융기구다. 이 기구는 ‘과도기적 삶’(Life in Transition)이라고 명명된 연구 프로젝트를 위해 10년 이상 에스토니아부터 몽골에 이르기까지 구소련 소속 34개국 5만1000명의 가구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다.
EBRD는 서유럽과의 ‘행복 차이’가 좁혀진 이유로 중앙아시아와 발트해 국가, 중부 유럽의 경제가 개선된 점을 꼽으면서도, 독일·이탈리아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 삶의 만족도가 떨어진 것도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세르게이 구리예프 EBRD 수석 연구원은 이번 연구에 대해 “국민들이 공정할 뿐 아니라 다수에게 이익이 된다고 인식하는 경우에만, 계획경제에서 개방된 시장경제 체제로 성공적으로 전환할 수 있다”며 “만일 개혁에 따른 혜택을 얻지 못하면, 결국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삶의 만족도가 낮은 최대 이유 중 하나는 일자리를 잃었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노동자들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이번 조사가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공감이 약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구리예프는 “대다수 구소련 국가에서 국민 다수는 민주주의를 독재주의 통치보다 선호하는 것 같지 않다. 반면 독일은 민주주의에 대한 선호가 80%나 된다”며 “이는 ‘무엇이 잘못됐고, 어떤 일이 이뤄져야 하는가’란 중요한 질문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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