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은 사우디 등 중동 산유국들이 유가 하락으로 씀씀이를 큰 폭으로 줄이면서 대표적 인력수출국가인 필리핀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해외 송출 인력들이 송금하던 자금의 증가세가 뚜렷이 둔화되면서 필리핀 경기가 냉각되는 등 두테르테 대통령이 또 다른 두통거리를 안게 됐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필리핀은 대표적인 인력 수출 국가로 중동이나 싱가포르 등에 건설 인력이나 가정부 등을 수출해 송금받은 돈으로 국가 재원 일부를 충당해 왔다. 인력 수출 대상 국가(2014년 기준)를 보면 ▲사우디아라비아 40만2837명 ▲아랍에미리트 24만6231명 ▲싱가포르 14만205명 ▲카타르 11만4511명 ▲홍콩 10만5737명 등의 순이다.
해외 인력들이 현지에서 벌어 모국에 보내는 자금이 필리핀 경제의 1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세계은행은 이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해외에 나간 필리핀인들이 모국에 송출하는 자금은 올해 290억달러(약 33조원)로 지난해에 비해 2.2%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는 10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중동국가들이 건설프로젝트 등을 줄인데는 지난 2014년 말 이후 불어닥친 저유가의 영향이 컸다. 사우디는 건설 프로젝트가 급감하자 올들어 필리핀인 8000명을 해고했다. 필리핀 근로자들은 현지에서 비행기 티켓값을 받고 모국으로 돌아가든지, 아니면 미아가 되든지 양자택일을 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도 대가를 치르고 있다. 필리핀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 중 하나였으나, 마약과의 전쟁으로 투자자들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마약과의 전쟁이 필리핀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필리핀 페소화는 7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다. 주가도 지난 6월 30일 부임 이후 5.6%하락했다.
필리핀 마닐라에 있는 필리핀아일랜드은행의 에밀리오 네리 이코노미스트는 “필리핀은 일자리를 중동에 너무 의존하고 있다”면서 “이 지역은 과거처럼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레데릭 뉴만 홍콩상하이은행(HSBC) 아시아경제 리서치 대표도 “필리핀인들이 송출하는 송금 규모가 저유가로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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