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핫이슈]70년 재위 태국 푸미폰 국왕 서거

기사등록 2016/10/15 06:00:00 최종수정 2016/12/28 17:47:03
【방콕=AP/뉴시스】푸미폰 아둔야뎃 태국 국왕이 13일 88세로 세상을 떠났다. 사진은 지난 2010년 12월 5일 방콕에서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하며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 2016.10.13
【서울=뉴시스】세계 최장 재위 기록을 가진 푸미폰 아둔야뎃(88) 태국 국왕이 재위 70년 126일째를 맞은 13일(현지시간) 영면(永眠)했다.

 태국 왕실 사무국은 13일 성명을 통해 "국왕께서 이날 오후 3시 52분 시리라즈 병원에서 영면했다"고 밝혔다. 푸미폰 국왕은 2009년부터 저혈압과 폐렴, 뇌수종 등으로 여러 차례 병원 신세를 지면서 건강 이상설을 낳았다. 푸미폰 국왕은 뇌척수액이 과잉인 것으로 확인돼 올해 6월 제거 수술을 받았으며, 올 5월에도 뇌수종으로 치료를 받은 바 있다.

 최근 혈압이 간헐적으로 떨어지는 현상 때문에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상태로 생명을 유지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상태가 호전되지 않으면서 이날 독일에서 급하게 돌아온 와치라롱껀 (64) 왕세자를 포함해 가족들이 모두 국왕이 입원중인 병원에 모여 그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도쿄=AP/뉴시스】푸미폰 아둔야뎃 태국 국왕이 13일 88세로 세상을 떠났다. 사진은 1960년 7월 5일 푸미폰 국왕(오른쪽)이 미국 뉴욕을 방문해 전설적인 재즈 연주가 베니 굿맨(왼쪽) 등과 함께 색소폰 연주를 하고 있는 모습. 2016.10.13
 사망 소식이 알려진 이날 밤 방콕의 왕궁 앞에는 시민 수만 명이 모여 그를 애도했다. 쁘라윳 찬-오차 태국 총리는 이날 국영TV를 통해 "1년 동안 애도기간을 가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후계구도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왕위 승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국왕께서 지난 1972년 왕세자를 후계자로 지명했다는 사실을 국가입법회의에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장례일정은 아직 밝히지 않았다.

 푸미폰 국왕의 공식 왕명은 ‘라마 9세’이다. 1782년 짜오 프라야 짜끄리(라마 1세)를 시조로 하는 현 짜끄리 왕조의 아홉 번째 왕이다. 즉위한 지 1년 만에 숨진 형 아난타 마히돈(라마 8세)의 뒤를 이어 1946년 6월 9일 왕위에 올라 올해 즉위 70주년을 맞았다. 태국 역사상 가장 오래 재위한 왕이다. 푸미폰 국왕의 죽음으로 그보다 한 살 많지만 1952년 즉위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최장기 재위 군주 타이틀을 이어받게 됐다.

【방콕=AP/뉴시스】태국인들이 14일 푸미폰 아둔야뎃(88) 국왕 조문을 위해 검은 옷을 입은채 방콕의 왕궁에 줄을 서 있다. 이들은 전날 영면한 국왕에 대한 애도의 표시로 대부분 검은옷을 입은 채 출근했다. 2016.10.14.
 푸미폰은 현대사의 질곡마다 자신의 영향력을 십분 발휘했다. 태국은 1932년 입헌군주제 채택 이후에도 군부 입김이 막강해 19차례의 쿠데타가 발생했다. 푸미폰 재임 중에도 쿠데타가 5차례나 있었다. 푸미폰은 그 쿠데타의 정당성을 인증하는 역할을 맡으면서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했다.
 
 하지만 푸미폰 국왕 자체가 태국의 민주주의 발전의 걸림돌이란 비판도 있다. 군부가 2006년 서민적 인기가 높았던 탁신 친나왓 총리를 몰아냈을 때나 2014년 탁신의 여동생 잉락 총리를 하야시켰을 때에도 푸미폰 국왕은 군부의 손을 들어줬다.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에서 태국을 구제하려는 용단이었다는 시각과 민주주의의 훼손이란 의견이 교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