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음담패설'로 최대 위기…사퇴 촉구·지지 철회 봇물

기사등록 2016/10/09 10:37:27 최종수정 2016/12/28 17:45:05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음담패설' 파문이 선거일(11월 8일)을 한 달 앞둔 대선판을 흔들고 있다. 그에 대한 공화당 핵심 인사들의 사퇴 촉구와 지지 철회가 쏟아지고 있다.

 6일(현지시간) CNN방송,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공화당의 2008년 대선 후보 존 매케인 상원의원(애리조나)은 이날 성명을 내고 트럼프의 논쟁적 행보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규탄했다.

 그는 "트럼프가 당이 만든 규칙에 의해 대의원 다수를 획득한 사실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여성을 모욕하고 성폭행을 과시하는 발언이 폭로되면서 조건부 지지를 지속하는 것조차 불가능해 졌다"고 말했다.

 매케인은 "아내 신디와 나는 도널드 트럼프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다만 그는 "난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한 적이 없다. 힐러리 클린턴에게도 투표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국무장관을 지낸 콘돌리자 라이스도 가세했다. 그는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이제 됐다! 도널드 트럼프는 대통령이 돼선 안 된다.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2005년 TV프로그램 촬영을 위해 버스로 이동하다가 유명 방송인과 음담패설을 주고받은 사실이 폭로돼 진퇴양난에 빠졌다. 워싱턴포스트(WP)가 당시 대화 내용을 녹음한 파일을 입수해 공개했다.

 녹음 파일에는 트럼프가 저속한 표현을 사용하며 성관계 이력을 떠벌린 내용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는 유부녀와도 성관계를 시도했으며 유명인사가 되면 여성들과 쉽게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했다.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위스콘신)은 트럼프의 여성 비하 발언에 대해 "역겹다"고 맹비난했다. 또 이날 자신의 지역구에서 열리는 행사에 트럼프를 초대한 것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부통령 러닝메이트인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마저 "그의 발언을 용납할 수 없으며 그를 방어해 줄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이자 아버지로서 트럼프의 언행에 불쾌감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유타 주의 게리 허버트 주지사, 마이크 리 상원의원, 제이슨 샤페즈 하원의원, 미아 러브 하원의원 등을 비롯해 마이크 코프먼 하원의원(콜로라도), 켈리 아요테 상원의원(뉴햄프셔) 등이 트럼프 지지를 철회했다.

 공화당 경선 주자이던 칼리 피오리나 휴렛팩커드(HP) 전 최고경영자(CEO), 트럼프를 지지하던 보수 성향의 라디오쇼 진행자 휴 휴이트 등도 트럼프를 더 이상 지지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공화당 권력서열 3위인 존 튠 상원 상무위원장(사우스 다코다)은 한 발 더 나갔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가 후보를 사퇴하고 펜스 주지사가 정후보 자리를 이어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전국위원회(RNC)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고민에 빠졌다. RNC는 트럼프 홍보물 발송 담당자에게 '모든 작업을 보류해 달라'고 요청하는 이메일을 보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도 남편의 잘못을 인정했다. 그는 트럼프의 발언은 여성들에게 '모욕적'이었다며 "국민들이 그의 사과를 받아주길 바란다. 미국이 처한 다른 중요한 이슈들에 집중해 달라"고 호소했다.

 트럼프는 사퇴 의사가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언론과 기득권이 내가 중도 포기하기를 바란다"며 "난 절대로 대선 레이스를 관두지 않을 것이다. 절대 지지자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역설했다.

 트럼프는 앞서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내가 잘못했다. 누군가가 상처를 받았다면 사과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언론 인터뷰에서 "난 인생에서 물러서 본 적이 없다. 난 지금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다"고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ez@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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