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돌아온 김민석, 무슨 역할 맡을까

기사등록 2016/09/20 07:18:00 최종수정 2016/12/28 17:39:42
친노·86그룹과 껄끄러운 관계 극복할지 주목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더불어민주당과 원외 민주당의 합당으로 왕년 '김대중 키즈'의 차세대 대표 주자로 꼽혔던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친정으로 돌아오게 됐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대선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민주당을 탈당해 당내에서 비난을 받았던 김 대표는 2008년 민주당 최고위원 시절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면서 당을 떠났다가 8년 만에 복귀하는 것이다.

 김 대표의 복귀 소식에 당 안팎에선 일단 그가 내년 4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공천을 받아 출마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전국적 인지도가 있는 스타급 국회의원이 필요한만큼 이를 위해 주류 측에서 김 대표를 보궐선거에 내보낼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또는 인재영입과 관련한 당직을 맡거나 임명직 최고위원을 맡을 것이란 예상도 있다. 어쨌든 김 대표가 '민주당'이란 약칭 당명을 더민주가 사용할 수 있게 한 공로가 있는만큼 최대한 배려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실제로 김 대표가 이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여전히 당 주류인 친노세력과 86운동권 세력과의 앙금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가 아닌 정몽준 후보를 지지하며 민주당을 탈당해 정몽준 의원의 국민통합21에 합류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당내 친노무현계로부터는 격한 비난을 받았다.

 86그룹 출신이 포진한 더민주 원내 지도부와 김 대표의 관계도 여전히 껄끄럽다는 평이 있다. 86그룹인 임종석 전 의원은 같은 운동권임에도 국민통합21행을 택한 김 대표를 '철새 정치인'으로 규정하며 정면으로 비난한 바 있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한 듯 김 대표 본인도 당장 주요 당직을 맡겠다는 입장은 아니다. 김 대표는 19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추미애 대표에게도 말했듯이 백의종군의 각오로 있겠다"면서 "큰 틀에서 민주당의 역사성을 살려가면서 통합의 방향으로 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양당의) 법적 통합을 마무리해 가면서 천천히 여유를 갖고 (역할을) 생각해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당에서 필요한 일이 있으면 당연히 정권교체를 위해서하는 것이다. 내가 가졌던 경험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해서 할 것이다. 역할을 맡아야 한다면 하면 되는 것"이라며 나름의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김 대표는 당내 인사들과의 관계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견해도 밝혔다. 그는 "2002년도에는 내가 후보단일화를 하고 민주당으로 돌아오겠다고 해서 단일화를 하고 돌아왔다"며 "2008년도에는 통합민주당 시절에 최고위원을 했는데 그 때 노무현 대통령을 뵈었을 때 '대의원들의 선택으로 (과거사는) 정리됐다'고 말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자서전에서도 '김민석이 단일화를 위해 한 행동이고 합리적 판단이었는데 김민석 본인에게는 어렵게 됐다'고 썼다"며 "그래서 일단락이 됐지만 그 문제에 관해선 국민께 여러번 사과를 드렸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운동권 동지였던 86그룹 인사들에 관해선 "86그룹에는 대부분 그때의 정황을 알고 있는 분들이 많다. 이미 2008년도에 지방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최고위원이면서 선대본부장을 한 바 있다. 그 때 친노·비노·86그룹은 물론 당내 계신 분들 상당부분과 호흡을 맞춰서 선거를 승리로 이끈 바 있다"며 "개인적으로 불편한 사람은 거의 없다. 이미 옛날 얘기"라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는 김 대표가 내년 대선에서 나름의 역할을 할 것이라 보고 있다. 지도부의 한 인사는 "지금 당장 (김 대표의) 자리를 논하는 것은 단견이다. 본인도 백의종군하겠다고 했으니 내년 대선판이 커지면 역할을 할 기회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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