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62년 된 영등포 교도소, 2300세대 뉴스테이로 '변신'

기사등록 2016/07/15 18:00:00 최종수정 2016/12/28 17:22:29
【서울=뉴시스】김민기 기자 = 굴곡진 한국 현대사와 함께 걸어온 서울남부교정시설이 사업비 1조3000억원 규모의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으로 탈바꿈한다.

 영등포 교도소로 더 잘 알려진 이곳은 과거 군사독재시설과 민주화 운동 시기에 김지하, 백기완, 김근태 등 수많은 민주화 인사들이 수감됐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실이 밝혀진 곳으로 유명하다.

 15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동 100번지 일원 약 10만5000㎡의 부지에 자리한 서울남부교정시설을 찾았다.

 고척동에 62년간 존치했던 서울 유일의 교도소로 지난 2011년 10월 구로구 천왕동 신축 교정시설로 이전을 완료하고 현재는 과거 흔적만을 간직한 채 남아있다. 이미 교도소 부지는 철거가 끝난 상태였고, 구치소 부지만이 쓸쓸히 철거를 기다리고 있었다.

 높다란 회색 콘크리트벽, 그 위로 끝없이 이어진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구치소 내부는 음산한 분위기가 걷히지 않았다. 사람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고 잡초들만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1949년 12월 27일 부천형무소로 개청할 당시만 해도 교도소 주변에는 공장 이외에는 아무런 시설이 없었다. 1960년대 서울 인구 급증으로 범죄가 늘어나면서 영등포 교도소로 이름을 바꾸고 1968년에는 교도소 옆에 영등포 구치소도 개청했다.

 하지만 2000년대를 들어서자 급격한 도시화로 주변에 주거지가 들어서자 주민들의 부지 이전 요구가 거세졌다. 구로구의 반복건의로 법무부 등은 교정 시설 이전을 추진했고 구로구 외곽 개발제한 구역인 천왕동으로 이전 부지를 결정해 2011년 이전을 완료했다.

 그러나 영등포 교도소가 이전하고 남은 종전 부지에 대한 개발이 지연됐고 지역 슬럼화 문제가 대두됐다.

 이에 국토교통부와 LH공사는 이곳에 땅값 5100억원, 건설비 6000억원, 임대운영비용 등 기타 부대 비용 2600억원 등 총 1조3000억원 규모의 뉴스테이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이번 사업은 서울에서 최초로 2000세대 이상 들어서는 최초의 대단위 패밀리형 아파트 단지이자 마지막 단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에는 더이상 이정도 규모의 뉴스테이가 들어갈 땅이 없다.

 LH는 이 곳에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 약 2300세대와 생활편의시설, 대형 판매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구치소가 있던 2만8352㎡의 부지에는 지하 2층~지상 35층 6개동 규모의 공동주택이 세워진다. 60㎡ 이하 249세대(장기 전세 52세대), 60~85㎡ 이하 561세대(장기 전세 27세대)가 들어선다.

 교도소가 있던 4만5887㎡에는 지하 5층~지상 45층 6개동 규모의 주상복합이 들어선다. 60㎡ 이하 518세대, 60~85㎡ 이하 975세대가 들어간다.

 공동주택부지와 복합개발 부지 사이에는 공원과 구로 보건소, 주민센터, 구로 세무서 등 공공청사, 임대 산업 시설 등이 들어선다.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 부지 주변 도로도 넓혔다. 교통역량분석개선대책을 세워 주변 도로 6개 노선 연장 1598m 구간에 대해 도로 확폭을 약 3~14m 확장했다. 개설로 1만5191㎡를 기부채납했다.

 복합개발부지에 들어가는 상가는 복합개발부지 연면적의 20%나 된다. 최근 3년간 연간 총 매출액 평균 1000억원 이상의 임차인만 입점이 가능하도록 했다.

 한병호 LH 뉴스테이 기획부장은 "사업자가 공모를 할 때 주차장 면적을 제외한 판매시설면적의 50%이상을 상가 임차인의 입점 확약서를 받아오도록 했다"면서 "국내에는 매출 1000억원이 넘는 유통 업체가 27개만 있다 보니 아무래도 규모가 큰 업체가 들어올 것 같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사업은 종전과는 달리 '토지지원 리츠(REIT's)' 방식을 뉴스테이 사업에 최초로 도입해 추진한다.

 과거에는 뉴스테이 사업자가 토지를 매입 후 임대주택을 건설했다. 하지만 이번 방식은 주택기금과 LH 공동 투자를 통해 별도로 설립한 '토지지원 리츠'가 토지를 매입한 후 사업자에게 저렴하게 임대한다.

 국토부와 LH는 기존 뉴스테이에 비해 임대료를 10% 이상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부장은 "현재 민간 임대 사업자가 자금을 조달할 때 3% 초반 대 금리가 적용된다"면서 "하지만 이번 뉴스테이의 토지 임대료는 2.5% 수준이라 그 차익을 계산하면 임대료가 10% 정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처럼 토지를 저렴하게 임대함으로써 사업성이 개선되고 재무적 투자자(FI)의 참여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이번사업은 재무적 투자자가 토지지원 리츠 지분의 20% 이상(350억원 내외)을 투자할 계획이다.

 한 부장은 "주택도시기금과 LH가 출자를 통해 직접 사업에 참여함으로써 민간의 자금조달 부담과 인·허가 등에 따른 리스크를 줄였다"면서 "민간-공공이 개발이익을 공유하는 새로운 사업 모델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한편 국토부는 9월 중 민간 임대주택 사업자를 선정하고, 연말까지 토지에 대한 임대차 계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내년 3월 조성공사에 착수하고 2020년 3월에 준공할 예정이다.  

 정부와 LH는 토지지원 리츠 방식을 통해 영등포 교도소 부지를 포함, 5000세대 이상의 뉴스테이를 공급해나갈 계획이다. 현재 경기도 수원이나 서울 외곽 쪽 부지를 검토 중에 있다.

 kmk@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