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 전공' 폐지 발표했다 사흘만에 철회한 대학, 왜?

기사등록 2016/06/19 12:22:27 최종수정 2016/12/28 17:14:08
한성대 무용학과, 현대무용 전임교수 퇴임 등 이유로 일방 결정
 재학생·졸업생·학부모 온·오프라인서 반대운동…사흘만에 철회
 내년도 신입생 모집 공고냈지만 교수 채용 해결 안 돼 불씨 여전

【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한성대학교가 무용학과 내 현대무용 전공 폐지를 둘러싸고 학내 갈등을 빚었다.

 교수들이 일방적으로 전공 폐지를 결정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결국 사흘 만에 기존 방침을 철회했는데, 학생·학부모 등의 반대가 워낙 거셌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용학과 현대무용 전공 폐지 문제가 마무리 된 것은 아니다. 학교 측은 일단은 학생들의 반발을 무마하는 차원에서 2017학년도 신입생을 모집하겠다고 했지만 언제든지 불씨가 되살아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19일 한성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무용학과는 현대무용 전공을 폐지하려다 3일만에 계획을 철회했다.

 한성대 무용학과는 현대무용, 발레, 한국무용 전공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4월 말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라마마 무브스 댄스 페스티벌'에 한국인 최초로 참가한 현대무용가 정석순 씨도 한성대 출신이다.

 그러나 한성대가 주요 전공 중 하나인 현대무용에 대해 내년부터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를 반대하는 학생 모임인 '한성대 현대무용 폐지반대 운동'에 따르면 무용학과 교수와 대학본부는 지난달 3일 현대무용 폐지안을 대학 본부에 제출했다.

 해당 안건은 같은 달 9일 교무회의를 통과했고, 학과 측은 바로 다음날인 10일 현대무용 전공 재학생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전공 폐지 결정을 발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용학과 측은 지난 2월 현대무용 전공 교수가 퇴임한 이래 전임교수가 부재해왔다는 이유 등을 내세워 해당 전공을 폐지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무용 전공 재학생인 A(19)씨는 "무용학과 교수들이 전임교수 부재와 낮은 취업률, 공연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전공 폐지를 일방적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학교 학생커뮤니티에 성명서와 항의글이 빗발쳤다. 학생들은 "교수라는 직위를 이용한 독단적 폐지는 부당하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캠퍼스 시위에 나섰다.

 졸업생도 동참했다. 이들은 재학생과 함께 비상대책위를 구성해 온·오프라인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3일간 학생과 학부모 5000여명이 폐지에 반대하는 서명을 했다. 비대위는 전공 폐지에 반대하는 동영상을 제작해 온라인 상에 배포하기도 했다.

 학부모들도 피켓 시위에 나서고 학과에 간담회 개최를 요구하는 등 폐지 반대 운동에 가세했다.

 반발이 거세지자 학과 측은 지난달 13일 간담회를 열고 현대무용 전공 폐지 계획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한성대 2017학년도 수시모집요강에 따르면 무용학과는 현대무용전공 신입생 6명을 선발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하지만 폐지 재발 가능성은 열려있다. 무용학과 측이 현대무용 전공 전임교수가 없어 전공 유지가 어렵다고 주장한 만큼 신임 교수를 고용해야 하지만 학과 측에선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교수 퇴임 이후 현대무용 전공은 강사 4명이 수업을 맡고 있다.

 A씨는 "학과 측에선 신임교수 초빙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문제이기 때문에 우선 폐지 철회부터 하고나서 (교수 채용을) 진행하자고 결정했지만 아직 자세한 내용이 발표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교 관계자는 "예산 문제는 추경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며 "올 2학기 신임 교수를 채용한다면 이달 말까지 초빙 공고가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hey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