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檢, 가습기 살균제 사망자 221명 피해 모두 인정…공소시효 문제 해결
기사등록 2016/06/03 14:31:45
최종수정 2016/12/28 17:09:50
檢, 업무상과실치사·상 포괄일죄 적용…형법 사상 첫 사례
마지막 범죄가 발생한 날로부터 공소시효 계산
옥시 등 제조사로 인한 피해 발생, 개별사건 아닌 단일 범죄로 간주
법적 최대 걸림돌 공소시효 문제 해결돼 피해자 전원 구제 길 열려
【서울=뉴시스】김예지 기자 =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제품 제조·판매 업체 관계자들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하면서 '포괄일죄'를 적용키로 했다.
포괄일죄는 동일한 범죄가 수차례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경우 연속된 하나의 행위로 간주하고 한 번에 처벌하는 것을 말한다. 포괄일죄는 마지막 범죄가 발생한 날로부터 공소시효를 계산한다.
특히 업무상 과실치사·상 범죄에 포괄일죄를 적용한 것은 우리나라 형법 사상 처음인 만큼 새로운 판례가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3일 검찰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지난달 31일 신현우(68) 옥시 전 대표 등 제조사 관계자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하면서 포괄일죄를 적용했다.
제조사들이 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을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MHG)으로 바꿔 제품을 팔기 시작한 2000년 10월부터 정부가 강제 수거 명령을 내려 판매가 중단된 2011년 11월 사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발생한 모든 피해를 하나의 범죄로 판단했다는 의미다.
달리 말해 정부가 공식 인정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221명(사망 95명 포함)을 모두 구제하겠다는 것이다.
옥시의 경우 사망자 73명을 포함해 181명의 피해자가 신 전 대표 등 공소 사실에 피해자로 이름을 올렸다. 세퓨는 14명의 사망자 등 27명이 피해자로 분류됐다.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 공소시효 문제로 피해 가습기 제조·판매 업체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피해자들이 적지 않았지만 포괄일죄를 적용할 경우 모든 피해자에 대한 구제가 가능해진다"며 "법리 검토를 한 결과 가습기 살균제 사건 피해자를 '개인'이 아닌 '불특정 다수의 공공'이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볼 수 있어 포괄일죄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복수의 개별 범죄가 아닌 단일 범죄로 간주한 것은 공소시효 문제 등도 고려했기 때문이다.
만약 이들 범죄를 개별 사건으로 봤을 경우 업무상 과실치사죄의 공소시효는 7년에 불과해 2009년 이전 범죄는 시효만료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위기였다.
실제 검찰이 포괄일죄를 적용하지 않았다면 이달 말 기준으로 업무상 과실치사죄 공소시효를 넘긴 사망 피해자는 33명에 달한다. 전체 사망 피해자의 35%가 피해를 인정받지 못할 처지였던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포괄일죄를 적용해 이 문제는 해결됐다.
특히 이들 범죄에 대해 법원이 유죄를 확정한다면 향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민사소송 등에서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명백한 근거를 확보하게 된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정부가 인정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전원을 범죄 피해자로 인정했다는 큰 의미가 있다"며 "수사를 진행 중인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에 대해서도 포괄일죄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법원 관계자도 "업무상 과실치사·상 범죄에 포괄일죄 개념을 적용해 기소한 첫 사례인 만큼 해외 사례 등 다각적으로 법리검토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yejis@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