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영(23)과 전호진(25)이 특히 눈길을 사로잡았다. 코르드 발레(군무)임에도 주역인 '마더'와 '제물' 역에 캐스팅돼 무대에서 펄펄 날았다. 정은영은 2014년, 전호진은 2013년 입단한 유망주다.
둘은 세번째 '봄의 제전' 주역을 또 맡았다. 정은영은 "첫 주역을 맡았던 작품인 만큼 남다른 애정이 있다"며 "이번에 더 잘해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각오를 보였다.
전호진도 "한 작품에서 주역을 맡는다는 것이 쉽지 않다. 근데 책임감이 생겼다. 더 잘하고 싶다"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군무의 소중함도 깨달았다. "주역만 잘한다고 해서 다가 아니더라. 군무가 못하면 작품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게 남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모든 작품을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이유다."
국립발레단은 글렌 테틀리가 1974년 안무한 버전을 택했다. 인류가 경험하는 봄의 태동에 초점을 맞췄다. 동적인 움직임이 특징이다. 그 만큼 체력 소비가 심하다. 신체의 무게 중심이 위와 아래에 각각 쏠려 있는 클래식 발레와 현대 무용, 그 사이의 중심을 잡아야 하는 만큼 긴장감도 상당하다.
전호진은 "육체적으로 워낙 힘든 작품이. 끝나고 나면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라고 했고, 정은영도 "육체의 한계에 도전에 작품"이라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더구나 김기완과 이재우, 두 파더와 호흡을 맞춰야 한다. 마더와 파더는 몸이 서로 밀착된 동작들이 많다. 파트너가 바뀌면 그 만큼 연습하고 조정해야 할 부분이 많아진다. 그럼에도 새로운 파트너인 이재우와 "새롭게 맞춰가는 부분이 재미있다"고 반달 웃음을 지었다. "똑같은 장면을 새롭게 되짚어 가니까 환기되는 부분도 있고, 초심도 생각나더라. 호호."
정은영은 "초연 할 때는 연습시간이 짧아서 순서만 외웠다"고 했다. "내가 출연한 '봄의 제전' 동영상을 봤는데 너무 지루하더라. 그래서 이번에는 동작마다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면 동작마다 질이 높아지고 역동적이 될 것 같았다."
정은영은 174㎝의 장신 무용수로 긴 팔, 다리와 아름다운 선이 돋보인다. 하지만 "팔과 다리가 남들보다 길어서 조금만 느려도 허우적거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그건 것이 싫어 근육을 키우는 운동을 하고 있다. 동작마다 감정 표현도 확실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 연습실에서 춤에 매달리는 삶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결국 "발레단에서 춤추는 것은 아름다운 일"(정은영), "내가 하고 있는 것들 중 제일 나은 것"(전호진)이라는 마음으로 행복해하고 있다. '젊은 피'인 두 사람 모두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웃엇다. 이번에도 '봄의 제전'의 기운이 끓어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번에 '봄의 제전'(2부)는 신고전주의 창시자로 통하는 러시아 출신 안무가 조지 발란신(1904~1983)이 차이콥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Serenade for Strings in C, Op. 48) 음악을 기반으로 안무를 짠 '세레나데'와 함께 선보인다. 29일부터 5월1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3만~5만원. 국립발레단. 02-587-6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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