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BBC는 리트비넨코의 사인 규명을 위해 지난해 1월부터 조사를 벌여온 영국 법원의 판사가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2000년 영국으로 망명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해 온 리트비넨코는 2006년 런던에 소재한 한 호텔에서 옛 정보부 동료들을 만나 차를 마신 뒤 약 3주 만에 숨졌다. 체내에서는 ‘폴로늄-210’이란 방사성 독극물이 다량 발견됐다. 그는 숨지기 전 푸틴 대통령을 자신의 암살 배후로 지목했었다.
영국 검찰은 2007년 5월 러시아인 안드레이 루고보이를 유력 용의자로 보고 러시아에 신병 인도를 요구했으나 러시아측이 헌법 위반을 이유로 거부했다.
안드레이 루고보이와 드미트리 코브툰 등 러시아인 용의자 2명은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판사는 범인의 이름을 밝힐 지, 혹은 러시아 정부가 리트비넨코 사망에 책임이 있는지에 대해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러시아 정부, 나아가 푸틴 대통령의 독살 개입 여부가 밝혀질 수도 있어 결과에 주목된다.
BBC는 국가의 책임으로 판명되면, 영국 정부가 러시아 정부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압박을 크게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트비넨코의 아들 아나톨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독살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또 누가 기획하고 지시했는지 알기를 원한다”며 “따라서 국가의 책임(여부)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사를 맡은 로버트 오웬 판사는 지난 6개월간 공청회를 통해 증인 62명의 진술을 들었으며, 리트비넨코와 영국 정보기관의 연계성에 관한 기밀을 확인했다.
러시아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 요원 출신 리트비넨코는 2000년 영국으로 망명해 수년 뒤 시민권을 얻어 거주했다. 사망하기 전 그는 언론인으로 활동하면서 러시아 정부에 대해 비판하는 글을 써왔다. 또한 러시아인의 조직범죄와 관련해 영국 비밀정보부(MI6)에 조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친구 알렉스 골드파르브는 리트비넨코와 푸틴이 원한 관계에 있었다며, “리트비넨코가 부패에 대해 비판했기 때문에 이들은 서로 굉장히 싫어했다”고 말했다.
리트비넨코의 부인인 마리나와 아들 아나톨리는 “이번 보고가 초석이 될 것”이라면서도 진실을 밝히기 위한 투쟁을 끝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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