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대체 무슨 연습하길래…' 3점슛 역사 새로 쓰는 스테판 커리

기사등록 2015/12/27 09:11:41 최종수정 2016/12/28 16:07:22
【AP=뉴시스】미국프로농구(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테픈 커리가 경기 전 드리블 연습을 하고 있다.
이규섭 삼성 코치, 美 연수 중 가까이서 지켜봐
 이 코치 "오락이나 만화에 등장할 캐릭터"

【서울=뉴시스】박지혁 기자 = 미국프로농구(NBA)는 바야흐로 스테판 커리(27·191㎝)의 시대다.

 지난 시즌 챔피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26일(한국시간)까지 29경기에서 28승1패를 거두며 동·서부 콘퍼런스 30개 구단 통틀어 압도적인 승률을 기록 중이다.

 중심에는 지난 시즌 최우수선수(MVP) 커리가 있다. 커리는 지난 시즌 파이널에서 맞붙었던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의 크리스마스 빅매치에서 승부처인 4쿼터 막판 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19점 7어시스트 7리바운드를 기록, 르브론 제임스(25점 9리바운드)와의 자존심 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커리는 두 시즌 연속 MVP에 도전하고 있다. 이번 시즌 29경기에 출전해 평균 30.8점 6.3어시스트 5.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경기당 3점슛 4.6개(성공률 44.5%)를 꽂았다. 평균 득점과 3점슛 부문 전체 1위다.

 종잡을 수 없는 슛 거리와 타이밍, 정확성, 클러치 능력을 겸비했다. 한 시즌 최다 3점슛(286개·2014~2015시즌) 기록까지 보유한 커리는 어떤 연습을 할까.

 이규섭(38) 삼성 코치는 현역 은퇴 후, 2013년 9월부터 골든스테이트의 연계 팀 D리그(NBA 하부리그) 산타크루즈 워리어스에서 코치 연수를 했다.

 당시 시즌 개막을 앞두고 약 6주 동안 골든스테이트의 트레이닝캠프에 합류, 커리를 옆에서 볼 기회가 있었다.

 ▲커리 슛 훈련에 코치 3명 붙어

 골밑에서 주는 패스를 받아 슛을 던진다. 서서 하기보다 움직이며 스텝을 잡는 식으로 연마한다. 가장 일반적인 슛 연습 장면이다.

 이 코치는 "NBA는 기본적으로 선수가 슛을 던지면 코치 2~3명이 붙는다. 코치가 스크린을 걸고, 또 다른 코치는 패스 방향을 다양하게 해 선수에게 익숙하게 하는 방식이다. 커리가 연습할 때에는 코치가 3명까지 붙더라"며 "가상의 상황을 연출해서 실제처럼 슛 연습을 하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골밑에서 나오는 패스뿐 아니라 양 옆에서 오는 패스도 자연스럽게 슛을 시도할 수 있도록 익힌다. 또 다양한 상황극을 통해 적응력을 키운다.

 이 코치는 "커리는 종종 예상할 수 없는 타이밍에서 슛을 던지곤 한다. 그러나 평소 연습을 보면 그런 상황까지 어느 정도 시뮬레이션을 통해 훈련한다. 또 팀의 슛 패턴 일부를 꺼내 집중적으로 익힌다"며 "심지어 속공을 가정해 수비수의 움직임과 스피드에 따라 곧장 3점슛을 던지는 연습도 하더다"고 했다.

 상황 맞춤형 훈련을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연습 개수보다 적다고 한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체력 소모도 크다. 양보다 질로 승부하는 훈련 방식인 셈이다.

 동시에 틈나는 대로 다양한 드릴을 익숙하게 하는 것도 필수.

【AP=뉴시스】미국프로농구(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테픈 커리가 수비수를 피해 외곽슛을 시도하고 있다.
 커리는 슛만큼 볼 핸들링도 매우 좋은 선수다. 이 코치는 "커리는 경기를 앞두고 항상 양손에 공을 하나씩 잡고 드리블 연습을 한다. 맞은편의 동료 선수와 함께 거울처럼 같은 드리블을 하면서 누가 더 안정적이고, 빠른지 경쟁도 한다"며 "컨트롤 능력이 그의 높은 슛 정확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비시즌 훈련은 어떻게 하나

 이 코치가 미국에서 가장 놀란 점은 NBA 현역 선수들의 비시즌 훈련 프로그램이었다. 상당수 선수들이 개인 스킬 트레이너·피지컬 트레이너와 훈련을 갖는다는 점이다.

 이 코치는 "커리처럼 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들은 비시즌에도 전문적인 트레이너를 고용해 체계적인 훈련을 받는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선수들은 모교에 있는 트레이너와 기술을 연마한다"고 했다.

 커리의 아버지는 현역 시절 정상급 슈터였던 델 커리(51).

 직·간접적으로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 코치는 커리와 동생 세스 커리(25)를 함께 언급하며 "아버지 커리가 그들에게 좋은 선생님이었을 것 같다. 형제의 안정적인 컨트롤 능력을 보면 단 기간에 익힌 것은 아닌 듯하다. 어려서부터 좋은 레슨을 받았다는 인상이다"고 했다.

 이 코치와 산타크루즈에서 함께 했던 동생 커리는 현재 NBA 새크라멘토 킹스 소속이다.

 ▲만화 주인공 같은 커리

 이 코치는 커리가 재능 못지않게 성실한 노력파라고 했다.

 "미국은 나라가 커서 경기 후에 집으로 돌아간다는 개념이 없다. 계속 비행기로 이동하는 일정이기 때문에 호텔에 있는 경우가 많다. 커리의 경우는 집이 연고지가 아닌 곳에 있어 비시즌 중에도 거의 호텔에 머문다"며 "커리는 딱히 할 일이 없으면 항상 호텔 체육관에서 연습을 했다. 쉬는 날에도 동생의 D리그 경기를 보러 온 기억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요즘 커리의 경기를 자주 본다. 한국에서 오래 농구를 한 나에게 커리는 오락이나 만화에 나올 캐릭터다. 황당한 농구"라면서도 "커리의 슛 매커니즘을 느리게 많이 돌려봤다. 팔꿈치만 자리가 잡히면 슛을 쏘는 타입이다. 팔꿈치의 이동거리가 상당히 짧아 패스를 받아서 슛으로 가는 과정이 매우 간결하고 빠르다"고 했다.

 그러면서 "커리는 '내가 짱이다'라는 마인드도 확실하다. 동료들도 그걸 모두 인정하는 분위기"라며 "커리가 지금처럼 농구를 할 수 있는 배경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코치는 처음 산타크루즈에 합류하고 프런트로부터 가장 먼저 커리를 소개받았다.

 그런데 누군지 몰라서 검색했다. "그냥 3점슛이 좋은 선수라는 정도만 알았다. 오히려 나는 안드레 이궈달라와 사진을 찍었다"고 했다. 커리의 위력(?)은 나중에 알았다.

 이 코치는 산타크루즈 소속으로 2013~2014시즌 D리그를 소화했다.

 ero0204@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