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수형자를 부탁해'…취업시장 뛰어든 화성직업훈련교도소

기사등록 2015/10/21 12:00:00 최종수정 2016/12/28 15:46:55
【서울=뉴시스】지난 20일 화성직업훈련교도소 훈련동에서 출소를 앞둔 수형자들이 취업 면접 강의를 듣고 있다. (사진 = 법무부 제공) 2015.10.2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예지 기자 = "취업 면접시 다리는 의식적으로 각도를 더 좁히셔야 합니다. 긴장된다고 주먹을 쥐는 것은 좋지 않아요."

 지난 20일 오전 경기 화성시 화성직업훈련소 훈련동 취업 모의 면접장. 이 곳에 들어서자 출소를 앞둔 수형자들을 위한 취업 면접 대비 프로그램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강사가 면접 태도를 설명하면 남성 수형자 5명은 깨알같은 글씨로 받아적었고, 간혹 궁금한 게 있으면 질문을 하기도 했다.

 다시 세상 속으로 뛰어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그들의 눈빛에선 시종일관 긴장감이 읽혔다. 비록 수염은 덥수룩하게 길었지만, 이날은 죄수복이 아닌 정장을 차려 입고 있어 여느 취업 희망자와 다를바가 없었다. 

 법무부는 이날 오는 28일 교정의 날 70주년을 맞아 직업 훈련 전담 교도소인 화성직업훈련교도소를 언론에 공개했다. 662명의 수형자들에게 자동차정비, 컴퓨터응용가공, 건축목공, 제과제빵 등 27개 기술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곳이다. 

 전국 각지의 교정시설에서 취업 의지가 있는 모범 수형자들을 선발해 이곳에서 교육한다. 1~2년 동안 산업기사나 기능사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훈련을 받은 뒤 원래 수감돼 있던 교정시설로 돌아간다.

 화성직업훈련교도소 수형자들은 오전 6시30분께 기상해 오전 8시10분께 훈련 장소로 '출근'한다. 하루 일과가 끝나는 오후 4시30분 전까지 점심시간과 운동시간, 개인별 접견 시간 등을 제외하고 하루 6시간 가량 직업 훈련을 받는다.  

 6시간의 직업훈련 통해 수형자들은 자격증을 취득하고 이번에야말로 사회에 제대로 정착하겠다는 희망을 키워나가고 있다. 요즘 '훈남 셰프' 열풍이 방송가를 휩쓸고 있는 것처럼 이 곳에서도 요리사 지망생들이 많았다.

 실제로 이날 철창이 쳐진 훈련동 교실 안에는 요리사 모자를 쓰고 하얀 가운을 입은 남성 20여명이 조리대 앞에 나란히 서서 직접 요리를 만들고 있었다.

 '오늘의 요리'는 다름 아닌 탕수육. 수형자들이 각자 만든 탕수육 11개 접시를 참관자들 앞에 놓았다. 참관자들이 맛을 보는 동안 평가를 기다리는 수형자들은 애가 타는 듯 했다.

 "맛있다"는 칭찬을 받자 참관자들과 교도관들 표정을 살피면서 "정말 맛있습니까?"라며 멋쩍게 웃는 이도 있었고, 교도관이 엄지를 치켜세우자 함박 웃음을 짓는 이도 있었다. 

 조리 과정을 담당하는 강사는 "수형자들은 본인들이 열심히 요리를 배워서 부모님이나 자녀들한테 자랑하면서 음식을 해주고 싶다고 말한다"며 "단순 취미가 아니라 결국에는 이 같은 훈련이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지난 20일 화성직업훈련교도소 훈련동에서 수형자 제과제빵 훈련이 진행 중이다. (사진 = 법무부 제공) 2015.10.21.  photo@newsis.com
 이 강사의 말처럼 화성직업훈련교도소는 훈련을 마친 숙련공 수형자들이 사회에 나가 바로 일을 할 수 있도록 기업과 수형자간 취업도 알선한다. 

 두달에 한번 열리는 '구인구직 만남의 날'에는 10여개의 중소기업들이 참여한다. 수형자를 채용한 경험이 있는 기업들이 다시 이 행사에 참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화성직업훈련교도소 수형자들의 기능사와 산업기사 합격률이 두해 연속 94%를 웃돌고 교도소 측도 다양한 취업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취업 연계 성공률은 높지 않다고 한다.

 '구인구직 만남의 날'을 통해 취업에 성공한 수형자들은 지난 2013년 참가자 121명 중 31명, 지난해 146명 중 44명, 올해 92명 중 21명에 불과하다.

 수형자들도 소위 '3D' 업종을 기피해 용접이나 건축일반시공 훈련 과정은 지원자가 많지 않고, 요리사나 식당 창업 등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조리 훈련 과정 수강 경쟁률이 5대 1에 달하는 것도 이 같은 추세를 잘 보여준다. 

 중소기업에서 제시하는 연봉이나 근로조건이 수형자가 생각하는 기준보다 낮아 취업이 성사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훈련소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줄 수 있는 연봉과 수형자들이 희망하는 연봉이 거의 접점이 없을 정도로 벌어져 있다"며 "기업 측과 훈련소 측이 그 차이를 줄여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훈련소 관계자는 "취업보다 창업을 원하는 수형자들이 많은 것도 취업 연계가 잘 안되는 원인 중 하나"라며 "자영업이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훈련소 측에서는 최대한 창업이 아닌 취업을 추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yejis@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