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2000년대 들어 여성주의 작가들도 달라졌다. 여성 신체 퍼포먼스를 보여주지만 이전처럼 피로 얼룩진 고통 받는 신체, 가학적인 그로테스크 보디, 남성신체와 비교해 부재하는 것으로서의 이질적 몸을 제시하지 않는다.
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코리아나미술관에서 개막하는 '댄싱 마마(Dancing Mama)'전은 여성작가들이 신체로 풀어낸 '21세기의 예술'을 명료하게 보여준다.
억압적 코드로서의 여성주의를 비껴간다. 1970년대 이후 여성 신체 퍼포먼스는 대부분 남성 시선의 대상화된 육체를 퍼포밍하거나 고통 받는 신체를 제시했다. 불평등한 성 정체성과 연루돼 여성에게 가해지는 가부장 이데올로기에 대해 공격적이고 가학적인 몸짓으로 대응하는 ‘저항의 제스처’가 주를 이뤄 왔다. 이러한 '선언주의적 여성주의'는 여성작가들조차 여성주의를 기피하게 만들어버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캐나다의 대표적인 여성 퍼포먼스 작가 콜레트 어번은 여성주의적 전략으로서 웃음과 유머, 우스꽝스러운 의상을 사용한다. '부르려 하는 노래, 들려주려는 이야기, 밝히려는 의미' 사진에는 원피스를 입은 채 재갈을 물고 있는 어번이 등장한다. 그녀는 자신의 팔길이만큼 긴 인공 팔을 끼고 지구본을 이리저리 굴리고 있다. 엄격한 아버지의 법 아래 놓인 어린 여아처럼 자신의 언어로 명확히 말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인 그녀가 자신의 팔을 억지로 늘이면서 세상 내에 거주하며 세상을 움직인다는 의미다.
가면을 쓰고 성이 모호한 인물들이 춤을 추거나 서로 겨루고 있는 영상도 눈길을 끈다. 이스탄불을 기반으로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터키 작가 인치 에비너는 2015년 작 '런어웨이 걸스'를 선보인다. 공사 중인 창고에서 촬영된 이 영상에는 쫓고 쫓기는 긴박감이 감돌지만 남녀가 결합된 양성적 이미지로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네덜란드 작가 멜라니 보나요는 사진 시리즈 '가구와 결합된 신체'를 통해 인간이 주위환경과 가지는 사적이고 공적인 관계들이 어떻게 우리의 정체성을 창조하는 지에 주목한다. 누드의 여성 몸은 대부분 청소 도구들이나 버려진 물건에 묶여 가정환경에 얽매인 여성 삶의 단면을 보여준다. 억압과 폭력성의 의미보다는 어쩐지 그 장면이 우스운 상황으로 변질돼 보이는 작품이다.
배명지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 ‘댄싱 마마’는 남성에 의해 규정된 여성 전형성을 벗어나려는 과거의 몸짓을 넘어, 이제 여성 신체 내부에서 나온 고유의 언어들로 기존의 저항적인 여성주의를 넘어서 여성주의가 가진 스테레오타입을 벗어나려는 미적 태도들의 변화를 볼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12월5일까지. 3000원. 02-547-9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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