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여자, 살찐 여자, 미련한 여자, 답답한 여자, 괴상한 옷을 입고 다니는 여자, 유린당하는 여자, 그리고 임신한 여자. 그게 미나다. 미나는 특별히 이상한 사람이 아니다. 남들이 가진 욕망을 그도 가지고 있었을 뿐. 그는 크게 잘못한 게 없다. 하지만 그의 삶은 이상하게도 점점 나락으로 떨어진다.
영화 ‘마돈나’(감독 신수원)는 축복과는 거리가 먼 이 여자에 관해 말한다. 마돈나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미나는 왜 그렇게 살게 됐는지, 그는 왜 밑바닥 삶을 살아야 했는지, 누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지 말이다.
희망과 허무를 오가는 미나의 눈빛이 잔상으로 남는 건 그를 연기한 배우 때문이기도 하다. 이 배우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미나는 그가 아니었으면 누구도 연기할 사람이 없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이는 배우 권소현(28)이 단지 미나라는 캐릭터에 어울리는 몸을 만들어서가 아니다.
“미나가 어떤 인물인지, 저 스스로 많은 질문을 던졌어요. 아주 사소한 질문들이요. ‘그가 사는 고시원 방세는 얼마일까’ ‘옷은 화려하게 입는데 속옷은 어떤 걸 입을까’ 이런 것들이요. 미나를 분석하려고 했던 건 아니에요. 미나와 더 가까워지고 싶었어요. 이게 진실하게 연기하기 위한 제 나름의 방법이었거든요.”
미나는 권소현이 영화에서 처음 연기한 인물이다. 그는 연극과 뮤지컬을 하면서 10년 가까운 시간을 무대에서 보냈다. 영화를 보면 상상이 잘 안되지만, 권소현은 주로 발랄한 인물을 연기해왔다. 영화 출연도 처음이거니와 이렇게 가슴 아픈 인물을 맡은 것도 처음이다. “페이소스가 묻어나는 연기를 해야 했다. 내가 해오던 인물들과 접근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극 중 미나의 직업은 3개다. 비정규직 상담원, 공장 노동자, 집창촌 삐끼. 강한 심경의 변화가 세 차례 벌어진다고 보면 된다. 직업당 미나에 관한 질문 100개, 이것이 권소현이 미나에게 다가간 방식이었다.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누군가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하는 이치와 같다. 권소현은 “가까워지기 시작하니까 연기에 조금씩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시나리오 보고 정말 ‘헉’ 했죠. 정말 세잖아요. 시나리오 읽고, 질문을 던지면서 그런 감정이 조금씩 사라졌어요. 누가 그러더라고요. ‘불쌍하긴 한데 친해지기는 싫은 사람’이라고. 그럴 수도 있겠죠. 근데 저는 미나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서 자신이 살아있음을 확인하려는 것처럼 보였어요. 미나가 조금 다를 수는 있어요. 그런데 잘못된 건 아니잖아요.”
“저는 소속사가 없어서 직접 차를 운전해서 촬영장을 오갔어요. 그 장면을 찍을 때는 촬영이 새벽에 끝났죠. 운전해서 집으로 가는데 울컥하더라고요. 격하게 울었어요. 미나의 행동은 그 남자만을 향한 건 아닌 것 같아요. 세상을 향해 처음으로 감정을 표출한 거죠. 그래서 마음이 아팠나봐요.”
나와 다른 인간에 대한 가혹하지 않은, 너그러운 시선을 권소현은 반복해서 강조했다.
권소현은 “연기하기 쉽지 않은 배역이었지만, 한 편의 영화를 완성하고 카메라를 통해 누군가를 표현하는 일이 정말 즐거웠다”고 말했다. 그는 “두 번째 영화, 세 번째 영화도 할 수 있으면 한다”고 바랐다.
영화 ‘마돈나’는 올해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았다. 권소현은 신인배우로는 드물게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다. “바뀐 게 있긴 하죠. 이렇게 인터뷰도 하고요. 더 중요한 건 제 연기 인생에 남을 만한 좋은 작품을 했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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