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업은 서울 종로구 송현동 옛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 부지 3만7000㎡에 7성급 특급호텔을 짓는 프로젝트. 대한항공은 2008년 부지 매입에만 2900억원을 투입했다.
조양호 회장이 직접 박근혜 대통령에게 협조를 요청했을 정도로 한진그룹의 염원 사업이다.
대한한공의 호텔사업을 도맡은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난해 9월 그랜드하얏트인천웨스트타워 개관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송현동에 복합문화단지(호텔)를 짓는 목적이나 목표는 변함이 없다"면서 호텔 건립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부지 인근에 경복궁, 인사동, 북촌 등 관광문화자원이 산재한 만큼 복합문화공간을 건립하면 외국인 관광객 유입은 물론 비즈니스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오너의 숙원와 논리에도 불구하고 학교 반경 200m 이내 호텔 건립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학교보건법에 막혀 7년간 프로젝트는 답보상태다. 예정지는 풍문여고, 덕성여중·고 등 3개 학교와 인접해 있다.
이 프로젝트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직후 경제활성화를 주창하면서 파란불이 켜졌다. 학교 앞에 호텔을 건립할 수 있도록 정부가 관광진흥법 개정을 추진하고 나선 것.
정부는 '재벌 특혜', '교육권 및 역사 경관 훼손'이라는 야당과 시민단체의 비판에도 중소 비즈니스 호텔을 확충하기 위한 목적(문화체육관광부)이라며 관광진흥법 개정안 추진을 굽히지 않았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이후 정부가 관광진흥법 개정을 강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실렸었다. 하지만 여당은 학교 앞에 호텔 건립을 허용하는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포함한 11개 법안을 경제활성화법으로 규정, 2월 임시국회 안에 모두 처리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불어터진 국수'를 언급하며 경제 살리기를 강력히 주문한 만큼 국민정서가 따가워도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것.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핵심 상임위마다 최대한 경제활성화법과 지금 중요하게 거론되고 있는 법들을 꼭 통과시켜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야당과도 잘 협상해나가겠다"고 했다.
반면 야당은 관광진흥법에 대해 '재벌 특혜'를 이유로 '검토할 여지도 없다'고 선을 긋고 있어 과정이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의 의지가 강한 만큼 야당과 '빅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인허가권자인 서울시교육청과 해당 학교들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관광진흥법 개정 추진 과정에 시교육청과는 전혀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호텔이 들어서 교육권이 침해되도 통제할 방법이 없어진다"고 우려했다.
호텔 예정지와 인접한 덕성여중의 백영현 교장도 "학교와 호텔 부지가 너무 붙어있기 때문에 아이들의 학습을 위해서, 호텔 자체의 운영을 위해서도 상호 공존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대한항공은 송현동 호텔 프로젝트는 현재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송현동 호텔 건립 프로젝트는 현재 법안이 통과되지 않아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 구속 전후 상황이 달라진 것이 없다"며 "과거 알려진 수준 외에 구체적인 논의도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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