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뉴시스】노수정 기자 = 경기 수원에서 발생한 토막살인 사건의 피의자 박춘봉(55)씨가 범행을 자백해 14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지만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전후 정황 등을 둘러싼 의문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11시30분께 박씨를 긴급체포한 이후 프로파일러를 동원, 조사를 벌였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에서 피해자 김모(48·여)씨를 살해했는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박씨는 경찰에서 "지난 달 26일 팔달구 매교동 집에서 피해자와 말다툼 도중 김씨를 밀쳤는데 숨져 시신을 업고 새로 계약한 교동 집으로 옮겼다. 이후에는 증거인멸을 위해 흉기로 훼손한 뒤 비닐봉지에 담아 수원, 화성 등 4곳에 나눠 버렸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그러나 박씨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키 160㎝ 초반의 왜소한 체격인 박씨가 시신을 업은 상태로 이동하고, 이를 다시 힘들게 훼손해 내다버렸다는 것은 상식에 벗어나기 때문이다.
2년여 전 '오원춘 사건'이 발생한 수원에서 또 다시 엽기 살인사건이 발생할 경우 가장 먼저 의심받을 수 있는 불법체류자에, 중국 동포라는 신분임에도 집과 가까운, 더구나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팔달산 등산로나 수원천 산책로 등에 시신을 내다버린 점도 의문이다.
이 때문에 사건 발생 초기 피의자가 완전 범죄를 노린 반사회적 인격장애 즉 사이코패스이거나 경찰을 조롱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경찰은 박씨가 소심한 성격으로 나름대로 치밀한 계획 하에 범행 은폐를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받는 태도 등에 비춰 여죄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초 묵비권을 행사하던 박씨가 심경에 변화를 일으켜 팔달산과 수원천 이외에 시신유기 장소 2곳이 더 있다고 스스로 털어놨지만 왜 그렇게까지 잔혹한 수법으로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했는지에 대해서도 확인이 필요하다.
운전면허와 차가 없는 그가 집에서 수 ㎞ 떨어진 화성시 야산에 시신을 유기한 점과 포천까지 가서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버리고 온 데 대해 경찰은 범행을 도운 협조자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확한 범행 시각이나 수법 등이 드러나지 않은 만큼 경찰은 구속영장에 들어가는 범죄사실에 '불상의 방법, 불상의 시각' 등으로 기재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3시 수원지법에서 진행되는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이런 의문들을 모두 해소하기 위한 수사를 해나갈 계획이다.
박씨에 대한 구속여부는 이날 오후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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