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하이틴 판타지 로맨스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그랬다. 평단과 대부분 남자는 이 영화를 크게 비웃었지만, 여성들은 열광했다. 말 그대로 여성의 환상을 온전하게 충족해줬다. 이 시리즈의 남녀 주인공이 이 영화를 통해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는 사실은 이를 방증한다. 그러니까 판타지 로맨스 장르로 분류되는 작품은 영화적 완성도를 떠나 여성 관객의 감정선을 건드리는 영화적 장치 몇 가지만 제대로 갖춰도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등학생 '케이든'(루카스 틸)은 잘생긴 외모를 가진 모범생이자 풋볼팀 주장이고 예쁜 여자친구까지 있다. 평온하던 그의 삶은 하루아침에 뒤바뀐다. 잠에서 깨어나니 부모는 죽어있고 늑대로 변해있었다. 케이든은 경찰의 추적을 피해 거리를 떠돌다가 우연히 자신과 같은 늑대 인간들이 사는 마을로 들어간다.
영화 '울브스'(감독 데이비드 헤이터)의 주인공은 제목처럼 늑대인간인 남자다. 여기서 기시감을 느낄 수 있다. 바로 앞서 언급한 '트와일라잇'의 '퀼렛족'이다. 퀼렛족이 바로 늑대인간이다. 원하는 순간 거대한 늑대로 변할 수 있는 캐릭터는 '트와일라잇'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뱀파이어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매력적이었다. (늑대인간 '제이컵'을 연기한 테일로 로트너 또한 이 영화로 스타가 됐다)'울브스'는 늑대인간을 주인공으로 한 '트와일라잇'의 외전이라고 보면 된다.
'트와일라잇'의 아류 '울브스'를 요약하면 '어설픈 연출과 어설픈 연기, 어설픈 컴퓨터그래픽(CG)가 좋지 않은 결과를 만들었다'가 된다. 이보다 더 짧게 요약하면 '공식도 외우지 못한 로맨스'다. '총체적 난국'이다.
스토리에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말은 의미가 없다. 애초 개연성은 일정 부분 포기했다. 하지만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것과 이야기가 없다는 건 다른 문제다. '울브스'의 등장인물은 모두 기계적으로 움직인다. 어디엔가 살고 있을 듯한 인물들이 아니라 영화를 끝내기 위해 행동하는 기계들만 있다. 어떤 한 부분을 지적하기 힘들 정도다.
그렇다면 관객의 판타지를 충족할 만한 요소는 있을까? "없다." 최소한의 이야기를 쌓아가지 못하니 영화에 몰입할 수 없다. 주연 배우들은 뛰어난 외모를 갖추고 있지만, 안 그래도 우스운 극 중 상황에다가 어설픈 연기력이 더해지면서 실소만 자아낼 뿐이다.
최악은 컴퓨터 그래픽이다. 예산이 부족했을 것이다. '트와일라잇' 시리즈 같은 대작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해도 너무 심했다. '울브스'의 특수효과에는 최소한의 성의가 보이지 않는다. 늑대인간을 배우들이 늑대탈을 쓰고 연기했다는 사실은 이 영화의 CG가 어느 정도 수준이었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잠시 이 영화가 'B급 무비'를 표방한 작품이었는지를 고민해 본다. B급 무비라고 해도 이 영화는 부족한 게 너무 많다. 연출은 영화 '엑스맨'과 '엑스맨2'의 각본을 쓴 데이비드 헤이터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jb@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