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름 석 자 만 말해도 세상이 와글와글 시끄러워지는, 세상의 문제인물입니다. 돈도 명예도 탐하지 않고 오직 평화 만을 이야기하며 살아왔을 뿐인데 세상은 내 이름자 앞에 수많은 별명을 덧붙이고 거부하고 돌을 던졌습니다. 내가 무엇을 말하는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는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고 그저 반대부터 했습니다.”
통일교 창시자 문선명 총재의 말이다.
1920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난 문 총재는 1935년 인류구원과 세계평화의 소명을 받았다고 한다. “16세 때 비상한 경험을 했습니다. 부활절 아침 오랜 시간 눈물 어린 기도 끝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셔서 많은 계시와 교시를 주셨습니다. 예수님은 심오하고 놀라운 것들에 대해서 많은 말씀을 주셨습니다. 고통 받고 있는 인류 때문에 하나님께서 슬퍼하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지상에서의 하나님의 역사에 대한 특별한 역할을 해 달라고 요구하셨습니다.”
1954년 상경, 성동구 북학동에서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를 창립했다. 대학생 등 젊은이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 교수들도 따라왔다. 그러자 모 여대는 교수 5명과 학생 14명을 퇴직·퇴학시켰고, 그들만의 리그는 문 총재를 구속시키기에 이르렀다. 몇 달 뒤 무죄판정을 받았지만, 통일교가 당한 피해는 크기만 했다.
문 총재가 국외로도 눈길을 돌린 이유인 듯하다. 한·일 수교 전인 1958년부터 선교를 시작한 일본은 현재 통일교 신도가 가장 많은 국가 중 하나다. 1959년 선교에 들어간 미국에서는 1974년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 이어 1976년 워싱턴 광장에 30만 인파가 운집하는 문선명 신드롬이 일었다. 현지 종교계는 충격에 빠졌다.
그렇게 ‘문선명=평화’로 굳어졌다. 국제연합(UN)의 대안으로 2005년 천주평화연합(UPF)을 결성했다. “인류의 복지와 미래를 위한 평화경찰과 평화군을 창설해 세계의 평화를 지켜내는 파수대의 책임을 다하도록 할 것”이라는 의지의 산물이다. “각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하원과 인류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상원(혹은 종교회의)으로 UN을 구성, 상하양원이 서로 존중하고 협력토록 하면 평화세계 실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통일교, 즉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는 40주년이던 1994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으로 개명했다. 동시에 참가정 운동을 벌였다. 참사랑의 근원인 하나님의 축복 속에 참부모, 참부부, 참자녀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는 요지다. 인류의 시조가 타락으로 잃어버린 순결을 되찾아 참사랑의 역사를 쓰겠다며 숱한 국제축복결혼식, 쉽게 말해 다국적·다인종 합동결혼식을 치렀다.
문 총재는 매일 새벽 4시 신자들과 훈독회(訓讀會)를 열었다. 하루 2~3시간만 잤다. ‘교리’는 단순명료하다. 개인의 몸과 마음이 하나되고, 부모와 부부, 자녀가 하나되고, 가정·사회·국가가 하나될 때 이상적 평화세계가 실현될 수 있다고 설파했다. 부부가 하나돼 평화의 가정을 이루고, 그 가정을 기반으로 사회와 국가, 세계가 하나되면 평화세계는 정착된다는 주창이다.
문 총재에게는 평화라는 궁극목표를 향하는 수단 겸 과정이 종교다. 국제사회의 분열과 갈등, 분쟁의 원인을 근원적으로 청산하고 인류가 하나돼 평화롭게 살아가는 ‘한 하나님 아래 하나의 세계’가 문 총재가 외친 천일국(天一國)이다. 겨우 60년 만에 무려 194개국에 뿌리 내린 이론과 실천의 신앙이다.
문화부장 reap@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