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감독은 10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2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진사퇴를 공식 발표했다.
지난 3일 대한축구협회가 홍 감독의 유임 결정을 내린지 7일 만이다.
홍 감독은 "이 같은 자리에 서게 돼 마음이 무겁고 아프다"며 "지난 브라질월드컵에서 국민들에게 희망을 준다고 얘기했었는데 결과적으로 실망감만 드려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1년 동안 대표팀을 이끌며 실수도 있었고 잘못도 있었다. 저 때문에 많은 오해가 생겼던 것 같다"며 "발전된 사람이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오늘로서 이 자리를 떠나겠다"고 전했다.
월드컵 직후 사퇴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에 대해 홍 감독은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바로 사퇴 얘기를 하면 저 자신은 비난을 피해갈 수 있었지만 (대표팀과 관련된)그 외의 모든 비난까지 제 몫이라고 생각했다"며 "시간을 갖고 경기력·기술·팀 운영 문제 등에 대해 생각을 했고 이번 결정을 내렸다. 늦게 (공개석상에)나온 것을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유임이 결정된 뒤 홍 감독은 사생활까지 공개돼 적잖은 마음고생을 했다.
그는 "땅 매입 부분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다. 훈련 중에 나와서 한 일이 아니냐는 얘기가 있는데 그것은 절대로 아니다. 제가 그렇게 비겁하게 살지는 않았다"며 "월드컵 후 뒤풀이 논란은 패배로 슬퍼하는 어린 선수들을 챙기고 싶었던 내 생각이었다. 리더로서 신중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홍 감독은 1년 간의 준비 끝에 2014브라질월드컵에 나섰다. 그러나 세계 축구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1무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한 것은 1998프랑스월드컵(당시 1무2패) 이후 16년 만이다.
홍 감독은 월드컵이 끝난 뒤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퇴의사를 밝혔지만 축구협회가 이를 만류했다.
유임 발표 후에도 월드컵 준비 기간 중 있은 부동산 매입·대표팀 뒤풀이 등 각종 논란에 시달려온 홍 감독은 끝내 중도하차를 선택했다.
◇홍명보 감독과의 일문일답
- 기자회견을 연 소감은.
"이런 자리에서 여러분들과 마주하게 되니 마음이 무겁고 가슴이 아프다. 브라질월드컵 출국 전 국민들에게 희망을 준다고 얘기했었는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못했다. 실망감만 안기게 됐다. 죄송하게 생각한다. 대표팀을 맡고 1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실수도 했고 잘못한 점들도 있다. 저 때문에 많은 오해들이 생겼던 것 같다. 모두 제가 성숙하지 못해 그런 것이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1990년 선수로 국가대표에 발탁돼 지금까지 24년간의 시간을 대표팀에서 보냈다. 부족한 내게 그동안 많은 분들이 격려와 따끔한 채찍질을 보내줬다. 오늘로서 감독직 자리에서 떠나겠다. 앞으로 더 발전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 사퇴 발표가 늦은 이유는.
"인천국제공항에 귀국한 뒤 바로 사퇴한다는 얘기를 하면 저는 비난을 피해갈 수 있었다. 하지만 대표팀과 관련된 모든 비난까지 제 몫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늦게 나오게 된 것을 이해해 달라. 월드컵 기간에 경기·기술·문제 운영적인 문제 등에 대해 생각을 했고 최종 결정을 내렸다. 매 순간 순간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적으로 많은 실패가 있었다. 국민과 모든 축구팬들에게 죄송하고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 유임 결정난 후 다시 사퇴하게 된 배경은.
"알제리전 이후 사퇴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리고 벨기에전이 끝난 뒤 축구협회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정몽규 회장과 얘기를 하고 나서 과연 (아시안컵까지)남은 6개월 안에 새로운 사람이 와서 팀을 잘 이끌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 역시 월드컵에서 실패했지만 새 감독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내 계약 기간인 아시안컵까지 책임을 다하고 싶었다. 또 나중에 후임 감독들을 위해서라도 계약기간만큼은 계속 지키는 그런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냥 물러났다면 더 편했겠지만 모든 사람들이 약속을 지키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
- 축구협회가 사퇴를 막았나.
"축구협회에서 그만두지 못하게 막은 적은 없다. 사퇴와 유임은 저에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더 중요한 것은 철저한 자기반성이었다. 비판을 끝까지 받고 떠나는 게 마지막 일이라고 생각했다. 명예회복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했다. 처음 감독이 됐을 때 얘기한 적이 있는데 내 명예는 축구 덕분에 쌓은 것이다. 마찬가지로 축구로 인해 명예를 잃는 것은 아무 상관이 없다. 항상 최선을 다했다. 대표팀은 앞으로 더 나가야 한다. 잘못했던 점을 반성하고 후회하는 차원에서 나 스스로 사퇴를 결정했다."
- 최근 축구와 관계없는 사생활이 폭로됐는데.
"땅 매입 부분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었다. 대표팀 훈련 시간에 나와서 한 일이 아니냐는 얘기들이 있는데 그것은 절대로 아니다. 나는 그렇게 비겁하게 살지 않았다. 월드컵 종료 후 뒤풀이 논란에 대해서는 결과적으로 신중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슬픔에 잠겨 있는 어린 선수들을 보며 팀의 리더로서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 월드컵에서 얻은 경험들이 있을텐데 앞으로 협회에 어떤 도움을 줄 생각인가.
"최근 일본에 있는 친구한테 편지가 왔다. 본선에서 아시아의 모든 팀들이 떨어지고 감독도 다 바뀌었지만 한국은 참 좋겠다고 했다. 월드컵 자산이 남아있기 때문에 한국이 앞으로 더 잘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그랬다. 앞으로 무엇이 좋았고 무엇이 틀렸는지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을 할 생각이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전략적인 부분도 잘못됐고 선수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많이 잘못됐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을 통해 우리 선수들이 얻은 경험은 앞으로 한국 축구에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월드컵에서 얻은 내 모든 경험을 축구협회에 넘기겠다. 특히 내가 실패했던 부분들을 정확하게 파악하겠다. 이런 것들이 앞으로 한국 축구를 위한 좋은 참고 자료로 쓰이기를 바란다."
- 흔히 대표팀 감독을 '독이 든 성배'에 비교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 한국 축구는 많이 발전했다. 선수와 지도자들도 많이 성장했다. 독이 든 성배의 본질은 대표팀 감독 주변에 많은 일들과 영향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것들을 다 알고 감독을 시작했다. 그동안 축구인으로 오래 있었기 때문에 더욱 올바르게 팀을 이끌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모든 것은 결과론에 따라야 한다. 나는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온 감독이다. 앞으로 올 새 감독님이 한국 축구에 많은 일을 해주길 바란다."
- 향후 계획은.
"아직 별다른 계획은 없다. 그동안 소홀했던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
- 만약 지금이 월드컵 전이었다면 어떤 준비를 새롭게 하고 싶나.
"월드컵 실패의 원인에 대해 나름대로 많은 생각을 해봤다. 그 결과 내가 월드컵 예선전을 거치지 않은 감독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래서 선수들의 장·단점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 같다. 예선을 거쳤다면 선수들의 능력을 더 잘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선수 파악이 안 돼 있다 보니 취임 후 팀의 골격을 내가 아는 선수들로 짜는게 가장 좋다고 판단했다."
- 국내파 선수들을 많이 기용하지 않았는데.
"지난해 7월과 올 1월 국내 선수들을 대상으로 전지훈련도 하고 경기도 치러봤다. 그 과정을 통해 해외파들과 많은 비교를 했다. 아무래도 내가 2012런던올림픽 감독이기 때문에 올림픽 멤버들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했다. 그리고 솔직히 지금 해외파들이 K리그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더 낫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국내리그 A급 선수들도 유럽에 나가면 B급이 되는 경우가 있다. 반면 실력은 K리그 선수들보다 뛰어난데 해외에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들도 있다. 실력은 조금 떨어져도 소속팀 경기에 꾸준히 나오는 국내 선수와 실력은 좋지만 기회를 얻지 못하는 유럽파 중 누구를 대표팀에 발탁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다 올 초 국내파로 꾸린 대표팀이 멕시코와의 평가전에서 완패하는 것을 보고 약간 (해외파 쪽으로)생각이 바뀐 게 사실이다. 우리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되나 하는 생각을 했다. 국내파와 유럽파를 어떻게 조합해서 한 팀으로 이끌고 나가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 크게 세 가지 논란이 있었다. '의리논란', '준비 안 된 알제리전', '컨디션 조절 실패'. 이에 대해 해명해달라.
"'엔트으리' 부분에 대해서 얘기하겠다. 세상에 어떤 사람이 월드컵에 나가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만 데리고 가겠는가. 나 역시 그렇다. 이 자리에서 얘기할 수 있는 것은 나는 누구보다 더 철저하게 검증을 했고 냉정하게 판단했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100% 자신할 수 있다. 다만 그것이 좋지 않게 비춰진 것에 대해서는 나의 실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인맥)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러시아전이 끝난 뒤 약 4일 정도 알제리전을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 대체적으로 이틀은 회복 훈련, 하루는 컨디션 조절, 나머지 하루는 전술 훈련을 한다. 저를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알제리전 비디오를 수십 번 봤다. 선수들은 그렇지 않았다. 우리가 뽑은 상대의 핵심 전술이나 주요 선수를 나중에 시청한다. 개인적으로 4일 쉬는 동안 비디오를 두 번 보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지난 경기에서 우리의 잘못된 점도 파악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많지 않았다. 물론 우리가 알제리전에서 적적한 대응을 하지 못했지만 비디오 시청 횟수가 경기에 그렇게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컨디션은 결과적으로 좋지 않았다. 인정한다. 우리는 그 안에서 많은 것들을 준비했다. 체력은 올라왔지만 결과적으로 경기 체력이 떨어졌다고 본다. 후반전에 지쳐보였다. 다만 상대와 비교했을 때는 그렇게 많이 뒤쳐지지 않았다."
- 축구 외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비판을 받았다. 어떤 부분이 가장 마음 아팠나.
"국가대표 감독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비판'이다. 거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 많은 일들이 있었다. 축구를 위해 소비했던 에너지보다 그 외의 일에 쏟아부은 에너지가 더 많았던 것 같다.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우리 선수들은 다시 팀에 돌아가 좋은 활약을 펼쳐서 다 용서받기를 바란다. 그것이면 만족한다."
- 의무분과위원회나 기술분과위원회의 업무 지원에 만족하나.
"브라질 현지에 도착한 뒤 시차적응을 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비됐다. 훈련량이 충분하지 못했다. 나도 몸에 열이 올랐고 대표팀 전체가 하루 정도 휴식을 취했다. 선수들이 컨디션을 끌어올리는데 있어 어느 정도의 영향이 있었다고는 생각하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기술분과위원회에서 주는 전력분석 자료는 상당히 좋았다. 상대를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에 대한 전력분석이 모두 잘됐다. 그들의 역할에 대해 의문을 갖지는 않는다. 만족한다."
- 앞으로 감독을 더 이상 하지 않을 생각인가.
"나는 선수, 코치, 감독을 다 해봤다. 나한테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재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축구와 관련된 부분일 것이다. 지금까지 해왔던 사회 활동을 계속 하고 싶다. 주변 어려운 이웃들도 도와주고 싶다. 미국 대통령 가운데 재임 기간 중 가장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사람이 지미 카터라고한다. 하지만 임기 후 가장 훌륭한 업적을 남긴 이가 지미 카터라는 평가가 나온다. 개인적으로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항상 떠올리며 축구를 했고 선수들을 지도했다. 나는 24년 동안 대한민국 축구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많은 성원을 받은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
- 마지막 인사는.
"이제는 이렇게 많은 카메라 앞에 설 일이 없을 것 같다. 오늘 많이 받고 떠나겠다. 그동안 부족했던 점을 더 채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축구를 통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국민들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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